역대급 존속 살해 ‘인천 모자 살인 사건’이 전해졌다.
8일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9회에서는 한국의 코난 도일 ‘표창원’과 애거사 크리스티 ‘이수정’의 부동(不同)한 시선으로 전 국민에게 분노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9번째 사건 파일이 공개됐다.
범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매주 화제가 되고 있는 ‘표리부동’에 떡잎부터 추리물 마니아였던 카라 허영지가 출연해 ‘인천 모자 살인사건’을 다뤘다.
2013년 8월 어머니가 사라졌다며 한 남성이 인천의 지구대를 찾아왔다. 남성은 결혼 후 분가한 둘째 아들로 며칠 전 어머니와 형이 함께 사는 집에 들렀지만 당시 부재중이었던 어머니가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남성의 신고 내용에 따라 어머니의 행방을 조사하던 경찰은 어째서인지 종적을 찾을 수 없는 형에 주목했다. 어머니 김 씨가 사라진 다음 날 형 소유의 차량이 인천, 동해, 정선을 거쳐 750km를 이동한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형의 차량에서 발견된 고속도로 통행증에서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동생의 지문이 발견된 것. 뿐만 아니라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도 사라진 채였다.
수사는 급전환되어 경찰은 동생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긴급 체포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증거 부족 이유로 동생은 불과 16시간 만에 풀려나게 됐다.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은 한 달 후 또 다른 반전을 맞게 됐다. 동생의 아내가 경찰을 찾아와 “남편이 시체를 유기하는 것을 봤어요”라며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아내의 진술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동생은 유산 상속을 노리고 어머니와 형을 살해, 토막, 유기한 점을 인정했다. ‘모자 실종’ 사건이 ‘존속 살해’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동생의 자백으로 정선과 울진에서 발견된 어머니와 형의 사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망치로 이빨을 모두 부숴 없앴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문을 불로 태워버리기도 했다. 더구나 형의 사체는 8조각으로 토막을 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찰의 끈질긴 조사 끝에 어머니와 형의 사체를 유기하던 날 아내도 동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이동 중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기에 남편의 범행 사실조차 몰랐다며 공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단지 잠시 잠에서 깼을 때 남편이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 야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목격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아내는 자신에게까지 수사망이 좁혀오자 결국 ‘억울하다’는 유서를 쓰고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내는 몰랐다’는 이전 입장과 달리 ‘사실은 아내와 함께 공모했다’고 말을 바꿨다.
둘째 아들은 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5년간 교제 후 결혼했다. 아내는 한 살 연상으로, 두 사람은 5년간 승용차를 5번 바꾸는 등 흥청망청한 생활을 했다. 또한 온갖 사치품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 1년 만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둘째 아들의 직업은 배달 대행업으로, 카지노를 다니며 도박 빚을 졌고 이로 종종 가족과 다투기도 했다.
사건 당일 둘째 아들은 어머니에게 경제적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머니는 “돈 얘기할 거면 다시 오지 말아라.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둘째 아들은 살인 범행을 마음먹고 어머니 재산을 형이 상속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머니와 형 모두를 살해했다.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은 프로파일러를 꿈꾸던 아내가 살해, 훼손, 유기까지 범죄 전반적인 부분을 주도한 것으로 봤다. 어머니와 형의 사체 처리 과정에서 부부가 총 80여 분 이상 통화한 내역, 사건 발생 전 부부의 문자 메시지 내용 등에서 아내가 주도권을 가진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범죄분석전문가 표창원은 부부가 범행을 공모했으나 평소 이웃이 다 알 정도로 어머니와 갈등이 있었던 둘째 아들이 주도했을 것이라며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표리부동>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건들을 통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본격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
표리부동 이미지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