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배우 구교환을 언제부터인가 충무로 대작영화에서 만난다. [반도]에서 서 대위, [모가디슈]에서 북한보위부 참사관 태준기,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서 잠깐 등장하는 여진족 전사 아이다간. 그리고 지난 달 공개되어 대한민국 예비역들의 피를 끓게 한 [디.피.](D.P.)에서의 한호열 상병까지. 구교환은 충무로/상업/주류 영화에서 환호를 받기 전에 이미 10여 년 전부터 독립영화계의 리베로였다. 서독제(서울독립영화제)나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그가 출연하거나, 감독한 독립/단편영화를 보게 되면 어쨌든 재밌었다. 그를 만나 인기(?)배우가 된 소감, 대작 상업영화에 잇달아 출연한 소감, 그리고 독립영화를 계속 찍을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처럼 조심스럽게,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답변을 펼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는 군대 헌병, 그중 탈영병들을 잡아오는 군무이탈 체포전담조(Deserter Pursuit, 줄여서 D.P.)를 보여준다. 구교환(한호열 상병)은 신병 정해인과 함께 부대를 나와 ‘싸제’세상에 숨어있는 탈영병을 쫓는다. 작품은 그들이 왜 탈영하게 되었는지 군대 부조리를 날카롭게 보여주며 먹먹한 청춘의 그림자를 남긴다. 시청자에겐 엄청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던져주면서 말이다.
Q. 완성된 작품을 보고든 생각은.
▶구교환: “함께 좋은 작업을 했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고맙다. 이제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관객과 함께 공유하려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니, 이제 모든 것은 시청자 몫이라고 생각한다.”
● 구교환, 호랑이 열정
Q. ‘호랑이열정’의 한호열 상병을 어떻게 연기했나.
▶구교환: “한호열은 원작 웹툰에는 없는 캐릭터이다. 한준희 감독님이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모습을 바탕으로 작품 속 캐릭터와 실제의 나를 잘 섞어준 것 같다. 어떤 부분은 낯선 연기였지만 나와 가까운 부분도 분명 있다. 감독님과 내가 주고받았던 유머들이 호열의 대사 속에 녹아 있다. 시나리오에 한호열에 대한 이야기가 다 나와 있었고 그에 맞춰 호열이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작품의 7할은 감독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Q. 한호열의 전사(이전 이야기)를 생각했다면.
▶구교환: “전사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은 했다. 신마다 한호열의 과거, 미래를 생각해두고 촬영에 들어간다. 한호열이 준호를 집에 초대했을 때는 외로운 그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한호열이 용기를 내는 장면이라 생각해서 가슴 한 편이 따뜻해졌다. 그런 장면에서는 호열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같은 점퍼를 계속 입고 있는 장면에서는 호열이라는 인물은 한 가지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연애할 때도 오래 하는 성격일 것 같고, 뭔가에 빠지면 깊게 파는 성격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호열이의 모습을 계속 상상했다.”
Q. 작품 속 악당이라면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부조리한 ‘고참’들일 것이다. 그리고, 체포해야하는 탈영병들도 무서운 존재일 수 있다. 누가, 어떤 상황이 가장 무서웠나.
▶구교환: “호열이는 다 무서워한 것 같다. 무서움을 극복하려는 마음에서 ‘호랑이 정열’이라고 말한다. 호랑이라고 피지컬이 강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마음이 호랑이일 수도 있다.”
● 애드립보다 진심을~
Q. 영화에서는 호열의 명대사가 툭툭 나온다. 애드리브인가.
▶구교환: “상대배우와 충분히 약속하고 들어간 것들이다. 애드리브는 없었다고 본다.”
Q. 구교환 배우의 열연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평들이 많다.
▶구교환: “그런 호평 감사하다. 완성도는 제가 높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함께 연기한 많은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다함께 노력한 결과이다. 기대하고 상상한 것을 초월한 작품이어서 저도 기쁘다.”
Q. 자신이 한 대사 중 좋아하는 대사가 있는지.
▶구교환: “어떤 것이 있었더라. ‘나 간다이~’하는 식으로 말할 때가 재밌었다. 호열이는 그런 사람 같다. ‘멋있는 것을 못 참는 사람’ 이런 대사.”
Q. 당연히 시즌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영화팬이 많다. 작품을 하면서 다들 트라우마가 클 것 같다.
▶구교환: “만약 시즌2가 만들어진다며, 그리고 작품에 필요하다면 하고 싶다. 더 좋은 방향으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따를 것이다.”
Q. 극중 한호열과 구교환의 싱크로율은?
▶구교환: “100퍼센트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제가 하는 것 모든 작품에서 배우 구교환과 연기하는 캐릭터는 100프로 맞다. 새로운 직업이나 사건을 겪게 되지만 성격이 다를 뿐이다. 죄송합니다. 방금 한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유머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맞는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맡은 역할에 대해 의식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의도된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Q. 정해인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
▶구교환: “굳이 정해인과의 에피소드를 따로 기억해낼 필요도 없이 촬영 내내 친하게 지낸 것 같다. 상대 배우와 교감하는 법은 여러 방법이 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대사를 주고받으며 합을 맞춘다. 걸어가면서 대사를 툭 던지면 상대배우가 바로 받아준다. 함께 듀엣곡을 부르듯이. 조금 재밌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그런 무드를 유지하려고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다.”
Q. 연출을 할때와 달리 연기를 할때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지.
▶구교환: “나의 본색이야 어차피 다 들킬 것이다. 오래 지낼 친구니까 나의 단점이나 서툰 것부터 상태에게 먼저 전한다.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것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렇게 나를 온전히 보여주며 호흡을 맞추는 나만의 방식이다. 나를 한호열로 있게 해준 것은 정해인 배우를 비롯하여 나와 장면을 함께 만든 모든 배우들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티키타카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만든 것이다.”
Q.독립영화에서 맹활약을 했다. 이제 독립영화 안 찍는가. 이옥섭 감독과 함께 하는 작품이 기다려진다.
▶구교환: “최근 출연한 작품들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지금도 독립영화를 열심히 찍고 있다. <반도>이후에도 최근 6~7편의 작품을 했다. <로미오: 눈을 가진 죄>, <탈출> 이런 작품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 같다. 더 알려지도록 노력하겠다. 계속할 것이다.”
Q. 배우가 되려고 한 계기는.
▶구교환: “지금도 배우가 되려고 하는 같다. (이런 인터뷰라도 할 기회가 생기면) 배우라고 인사는 하지만 공개행사에서 하는 인사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소리 내어 말할 용기가 없다. 솔직히 그런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 연출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감독이라고 소개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를 어떤 식으로 자연스럽게 불러줄 때, 나도 그렇게 대답할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Q. 롤 모델이 있다면? 주성치를 종종 언급했는데.
▶구교환: “주성치 좋아한다. 수많은 롤모델 중에 큰 파이를 차지한다. 오늘은 빌 머레이라고 말하고 싶다.”
● 독립영화는 나의 스타트포인트
Q. 혹시 이 영화를 포함하여 최근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자신의 스타일로, 혹은 독립영화 방식으로 다시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예를 들어 [디피]를 코믹하게 연출한다는 식으로.
▶구교환: “한번 했던 것을 또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작품을 하는 것은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출연해서 만든 것이다. 아쉬운 대로 완성이 되었다. 이미 완성된 것으로 다시 뭔가를 만드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더 흥미가 있다.”
Q. 헌병대장 현봉식 배우가 노안이긴 하지만, 구교환 배우의 꽃미남 동안이 화제이다. 비결이 있는지.
▶구교환: “하하. 분장팀과 헤어메이커의 덕분이다. 그리고 의상팀의 탁월한 의상 선정 실력과 제작기술 덕을 본 것이다. 저는 제가 동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맡은 역할이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Q. 이번 D.P.는 구교환의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
▶구교환: “인생까지? 아마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시즌8]쯤 가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맛있는 음식 먹으며 천천히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Q. 액션 장면이 많았다. 뛰고, 넘어지고, 몸 쓰는 액션 장면에 대해서.
▶구교환: “이번 영화에서는 흥이 많이 필요했다. 호열은 스탠딩 콘서트에 온 사람처럼 흥이 넘치는 인물로 보여주고 싶었다. 제가 뛰어다니고 흥분하면 된다. 안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프리스타일로 연기한 것 같다. 이전 작품에서도 그렇게 한 적이 있다. 그걸 이용한 것도 있고 버려야하는 것도 있었다.”
Q. 차기작에서는 아빠가 된다는데.
▶구교환: “이거 이야기하면 티빙에게 혼날 것 같다. 제가 티빙사장이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구교환이 말한 티빙 작품은 <괴이>이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오컬트이다.
“마흔이 되니 20대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20대 때 몰랐던 맛들을 더 많이 알고 있다. 맛있는 게 최고다."라고 말하며 ”이번 작품에 보내주신 성원 감사드리고, 아빠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건강하시고 맛있는 것 많이 드세요.“라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구교환이 정해인과 콤비가 되어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며 한국 남성사회 부조리의 근원을 탐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디피]는 모두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지난 달 27일 공개와 더불어 호평이 쏟아지면 벌써부터 시즌2 제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참, 구교환은 공익근무로 군역을 마쳤단다.
참, 구교환은 이옥섭과 함께 ‘2x9HD’유튜브 채널(▶2X9HD 유튜브채널)을 운영 중이다. ‘2’는 이옥섭, ‘9’는 구교환이란다. 두 사람이 연출/각본/연기를 했던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과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왕년의 걸작(!) 단편과 최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