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8회에서는 한국의 코난 도일 ‘표창원’과 애거사 크리스티 ‘이수정’의 부동(不同)한 시선으로 전 국민에게 분노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8번째 사건 파일이 공개됐다.
범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매주 화제가 되고 있는 ‘표리부동’에 영화계 대표 센 언니 김혜은이 함께해 ‘공포의 살인택시’편을 낱낱이 파헤쳤다.
최악의 범죄 집단 지존파 검거로 전국의 민심이 흉흉했던 1994년 9월.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 마치 처형식이라도 한 듯, 손발이 나무에 묶인 채 머리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진 기이한 모습의 여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그로부터 며칠 후, 경상북도의 한 도로변에서는 배와 허벅지를 흉기에 찔린 처참한 모습의 여성 시신이 또 발견됐다. 200Km가 넘는 먼 거리에서 따로 발견된 두 여성의 공통점은 서울에서 택시를 탄 후 실종되었다는 것이었다.
연이어 발생한 끔찍한 사건의 범인을 공개수배 한 그날, 서초경찰서를 찾아온 한 남성의 충격적인 한 마디는 “자수하러 왔습니다. 내가 지존파보다 더한 놈이요”였다.
그 남성은 경찰서에서 “조서 쓰기 전에 기자 먼저 불러달라”고 말했다. 지존파보다 더 센 놈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던 것. 현장 검증에서는 “오늘 신문에 내 기사가 톱이냐, 지존파가 톱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온보현은 스스로 범행 일지를 남기기도 했다. 범행 일지에는 “내 나이 서른여덟, 내 나이만큼 사람을 죽일 겁니다”라고 적혀 있어 충격을 안겼다.
그의 정체는 연쇄 성폭행 살인 택시 드라이버 ‘온보현’이었다. 야심한 밤 택시 기사로 위장한 온보현은 폭주 기관차처럼 보름동안 하루, 이틀 간격으로 6명의 부녀자를 납치, 강간하고 그중 2명을 괴이하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성실하게 생활하던 평범한 여성들이었고 택시를 탄 것 말고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었다.
표창원은 머리에 비닐 봉지를 씌운 이유에 대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씌워서 시선을 차단했을 거다. 그러면 피해자의 공포와 불안감이 증폭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완전히 지배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심리상태가 됐을 거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또한 “가학적 도착증이 있는 성범죄자가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낄 때 범인은 희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수정은 “살인이 아닌 성폭행이 목적이었을 거다. 범행 중 예상 외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 여성이 도주를 하려고 하니까 삽을 내리쳐 살해한 것 같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범죄자가 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표창원은 온보현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밝혔다. 가정폭력과 불륜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온보현은 이후 공장 등을 전전하며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계속된 실패와 무시당하는 삶을 산 온보현은 극단적 선택을 한 어머니의 소식과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은 후 결국 세상을 향한 분노로 살인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표창원으 ㄴ“살인을 통해 열등감, 좌절감을 보상 받으려고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표리부동>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건들을 통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본격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
표리부동 이미지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