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차승원이 신작 [싱크홀]에서 발군의 코믹 캐릭터 연기를 펼친다. '신라의 달밤'(2001)을 시작으로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 차승원표 코미디를 만들어 온 그가 출연한 신작 [싱크홀]은 11년 만에 이룬 내집장만의 꿈이 500미터 땅밑으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지상복귀 드라마’이다. 코로나 시국 속에 어제까지 128만 관객을 동원한 [싱크홀]의 주연배우 차승원이 영화홍보를 위해 인터뷰에 나섰다. 화상으로 연결된 가운데 차승원 배우는 변함없이 자유롭고 여유 있게, 기자들의 그 어떤 질문에도 짧게짧게 받아치며 유쾌한 ‘싱크홀’ 홍보 임무에 나섰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이 끌렸나.
▶차승원: “재난과 코미디가 접목된 지점이 좋았다.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우픈’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1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다. 소감은?
▶차승원: “코로나 시국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이야기를 관객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것이라고 보았다. 스코어는 1주일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설정이 주택재난상황이다. 지금의 부동산 문제가 투영된 것인가.
▶차승원: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때이다. 내집 마련의 꿈 이야기는 늘 있어왔던 이야기이다. 지금에 와서 ‘LH사태’와 ‘영끌’이야기가 나온다. 난 아이러니한 상황을 좋아한다. 재난영화라 해서 휘몰아치며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그러는 것보다는, 그런 상황에서 뭔가를 풍자해서 보여준다는 것이 좋았다.”
▷코믹 연기를 잘하는 차승원 배우의 연기 신조가 있다면?
▶차승원: “어떤 역을 하든, 나쁜 역할을 하더라도 인간 자체를 나쁘게 보이지는 말자이다. 그걸 늘 염두에 두고 연기에 임한 것 같다.”
▷<낙원의 밤>에선 강렬한 악역, 이번엔 서민 캐릭터이다. 느와르와 코미디 장르 중 어느 게 더 끌리나.
▶차승원: “개인적으로는 느와르 장르를 좋아한다. 단순 느와르는 별로이고 상충되는 장르를 좋아한다. 서로 충돌되어 만들어지는 재미를 좋아한다. 느와르 장르를 더 해보고 싶다.”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차승원: "일이 없을 때는 집에 있다. 특별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없다. 최근 술 담배를 끊었다. 그것만 해도 자기관리를 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술 담배를 끊으니 참 좋은 것 같다.“
▷ [싱크홀]에 빠졌다는 설정을 어떻게 연기했나.
▶차승원: “글쎄, 그런 곳에 빠져본 적이 없어서. 그냥 어두운 곳에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한 것 같다.”
● 애잔한 아버지, ‘만수’
▷ 만수가 아들(남다름)에 갖는 정이 애틋하다.
▶차승원: “아들에겐 늘 미안하죠. 대사에 그런 것도 있다. 진흙탕에 빠지면서 ‘너 해 달라는 것 다 못해줬다고.’ 모든 아빠가 그렇다. 자식들 눈치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만수는 싱크홀 상황에 처하자 처음에는 자포자기 상태이다. 밖으로 나가자는 욕구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아들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시동이 걸린다. 아들은 살려야하니까. 애잔한 인물이다.“
▷영화를 찍고 나서 개봉이 지연되면 속상할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 개봉된 소감이 어떤가.”
▶차승원: “그래도 이런 시국에 100만을 넘어서 곧 130만이란다. 많은 관객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 때문에 개봉을 하니, 연기를 하니 그랬다. 우리 영화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이 마음고생이 많았다. 어떻게든 개봉하게 되어 감사하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욕심이 나는 캐릭터가 있는지.
▶차승원: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잘할 것 같지만 해보면 그렇게 못한다. 그 역할이 그 배우에게 가면, 그게 제일 낫다.”
▷ ‘아시아 프린스’ 이광수 배우와 연기하며 발견한 재능이 있는지.
▶차승원: “아이 참~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서 ‘아시아 프린스’ 소리는 좀 그만하라고 그랬는데... 광수가 완전한 정극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광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능력을 가졌다. 깜짝 놀랄 만큼 잘 할 것이다. 성실한 친구이다.”
(이광수 배우의 [좋은 친구들] 이야기가 나오자) “정말 그렇다. 광수는 대단한 배우이다. 이거, 이광수, (관객) 200만 때 나한테 뭘 해줘야겠다. 하하”
▷ 차승원 배우의 드라마 [어느 날]은 OTT를 통해 공개된다. 그동안의 작업과 차이점이 있다면.
▶차승원: “예전에 방송 임박해서 찍던 드라마와 비교하면 작업하기가 편하다. 편하다는 것은 많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도 좋아졌다. 그건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좋은 것이다. 시청률 부담도 없다. 예전엔 1주일마다 시청률 표 받고 현장 분위기가 좋아졌다 우울해졌다 그랬다. 요즘은 그냥 작품에만 충실해서 좋은 것 같다.”
▷34년간 한 우물만 팠다. 오랫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차승원: “결핍인 것 같다.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런 결핍이 날 여기에 오게 한 것 같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요즘 세상에 ’히어로‘란.
▶차승원: “누구처럼 착해지고 싶지는 않다.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고 살자는 주의다. 누가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나도 그런다. 도움을 못 줄지언정 피해는 주지 말자. 히어로라는 것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누굴 구하고 그러는 것보다는 내가 힘든 상황에서 힐링을 주는 인물이다. 최근 열린 올림픽에서, 그리고 외국에서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뭔가를 성취했을 때 우리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잖은가. 그런 사람이 영웅인 것 같다.”
▷ 자신의 인생작을 꼽는다면? 앞으로 어떤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지.
▶차승원: “몇 작품 있긴 하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지는 모르겠지만 제 색깔이 분명한 영화를 하고 싶다. 이제 평범한 영화는 못할 것 같다.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
▷한 편의 영화를 다 찍고, 개봉을 하고 홍보 인터뷰를 하게 된다. 어느 시점부터 마음이 홀가분해지는지. 그리고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미련, 아쉬움을 완전히 내려놓게 되는지.
▶차승원: “영화를 다 찍으면 마음이 놓이고, 개봉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홀가분해지는 것 같다. 아쉬움은 늘 있다. 연기에 대해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아쉬움은 늘 있다.”
▷차기작 [어느 날]과 또 다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대해 잠깐 소개해 달라.
▶차승원: “[어느 날]은 영국 BBC드라마(크리미널 저스티스)가 원작이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만든 작품이다. 11월에 OTT(쿠팡플레이)로 공개된다. 미국과 인도에서도 리메이크되었던 법정드라마이다. 범인으로 지목된 한 청년(김수현)을 둘러싸고 경찰, 검찰, 변호사가 각자의 이득을 위해 접근하는 내용이다. 난 변호사를 맡았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노희경 작가. 김규태 감독 작품이다. 다분히 서정적인 작품이다. 우리가 한창 젊었을 때, 학창시절에 풋풋했던 그 친구들이 나이 들어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곧 촬영에 들어간다.”
▷[싱크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가 있다면.
▶차승원: “나는 내 대사가 제일 마음에 든다. 김성균을 태우고 대리 운전할 때 신호등 노란불에 지나가면서 ‘저는 노란불에 지나가는 사람이다’라는 대사를 제일 좋아한다.”
▷ 차승원 배우는 어떤 질문 받을 때 가장 행복한가요? 직접 본인에게 질문을 한다면?
▶차승원: “어떤 질문을 받아야 행복해질까? 이런 질문이 좋겠다. ‘영화가 3백만 넘었다. 곧 추석인데 그때까지 걸리면 얼마나 행복할가요? 하하’ 이런 질문.”
“당이 떨어질까 봐” 계속 뭔가를 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한 차승원 배우는 “코로나 시국이라 이렇게 인터뷰하게 되었다. 곧 만나서 이야기 나눌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차승원은 장발과 수염을 길렀다. 인터뷰 프로모션용 사진도 그렇다. 지금 찍고 있는 드라마 모습이란다. 만수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기대가 된다. (by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