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쓰고 숨을 죽인 관객들의 눈빛에서도 그들의 응원을 이해하고, 벅참을 느낄 수 있는 배우의 마음은 어느 정도의 깊이일까. 뮤지컬의 요정 어르신, 일명 '요르신'으로 알려진 배우 강필석은 관객들을 향한 사랑이 애틋한 배우로 유명하다.
그의 호연이 빛나고 있는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죽기 전 1분,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명우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 시절로 돌아가 애틋한 마음이 새겨졌던 추억을 돌이켜보게 되는 서사 속에서 주인공, 명우가 되어 여정을 떠나는 배우 강필석은 흉흉한 시국 속에서도 무대를 향한 믿음과 팬들을 향한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Q. '광화문연가'를 통해 최근 열심히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소감이 어떠한가?
이런 시국에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환경이 많이 바뀌고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아마 많은 분들이 어떤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지난 시즌에 '광화문연가'를 할 때는 관객분들과 싱어롱도 하고 함께 함성을 지르고 뛰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어졌다.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훨씬 더 무거워졌다.
Q. 팬들에게 요정, 요르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광화문연가'의 명우 또한 어떻게 보면 요정 같은, 판타지적 영혼이자 존재라 잘 어울린다.
요르신은 그래도 좀 덜 부끄럽다.(웃음) 요정이라는 별명은 아직도 부끄러운데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익숙해서 "네. 저 요정이에요" 한다. 나도 나이가 44세라 이런 별명은 좀 민망하다.(웃음)
Q. 윤도현, 엄기준 배우가 명우 역으로 합류했다. 강필석 배우만의 명우는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캐릭터 연기에 있어 달라지거나 새로워진 면도 있는가?
셋이 맡게 됐는데 내가 막내다.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웃음) 도현이 형, 기준이 형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컬리스트다. 노래도 많이 배우고, 좋은 것을 공유하기도 하고 차이점을 두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점은 있는 것 같다. 지난 시즌에 힘을 줬던 부분을 이번 시즌에는 힘을 빼서 연기한 부분도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도현이 형에게 락 스피릿을 배워서 락 발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락 발성이 되지는 않지만 재밌다.(웃음)
Q. '광화문연가'는 죽기 전에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그런 일이 있으면 절대 안 되겠지만) 죽기 전에 가장 인생에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코로나 전에 관객분들과 기자님들과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관객분들하고 더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때로 요즘 돌아가고 싶다.
Q. 전작들을 통해 맡아 왔던 커플 역할의 서사가 애석하게도 해피 엔딩을 맞은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웃음)
(웃음) 새드 엔딩 전문 배우다. 노래들이 많이 무거워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새드 엔딩이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해피 엔딩인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내가 죽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난다는 것은 무섭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새드 엔딩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다가올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내려다보고 응원해 주고 저 위에서 다시 만나자는 결말이다. 어느 순간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당연시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그 사람과 헤어졌을 때가 되어서야 바보 같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명우도 그랬던 것 같다.
Q. '광화문연가'는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몽글대는 작품이다. (너무 학창 시절 교생 선생님에게 묻는 질문 같지만) 실제 첫사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첫사랑은 항상 서툴고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뜨거웠던 것 같다.(웃음)
Q. 그렇다면 '광화문연가' 속에서 연기하다가 혹시 실제 첫사랑이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는가?
과거의 수아를 처음 보는 장면이다. 무대에서 젊은 수아를 만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있었다. 장치적으로도 그렇고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보게 되는데 그 순간에 공기가 줬던 느낌에 설렜다.
Q.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많은 제약들이 생겼다. 좋은 노래들과 배우들의 넘치는 에너지에 박수로만 호응해야 하는데 배우 입장에서도 무대에서 관객들을 지켜보며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커튼콜은 눈물이 나는 순간이다. 관객분들도 너무 신나지만 표현할 수 없으니 눈빛을 엄청 쏘시는 것 같다. 눈빛으로 너무 재밌게 봤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주신다. 벅찰 때가 많다. 그런 마음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도 느껴진다. 정말 감사하다.
Q. '광화문연가'의 강필석 배우는 10대 '소녀'들의 마음도 중장년층의 '옛사랑'도 떠올리게 만드는 배우 같다. 누군가에게 첫사랑, 혹은 마지막 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화문연가'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는지, 어떤 마음으로 극장 밖을 나섰으면 좋겠는지 궁금하다.
잠깐 타임머신을 타고 옛 추억들을 떠올리고, 즐거운 마음을 안고 돌아갔으면 한다. 요즘 즐거운 일이 많이 없지 않나. 극장에서 감정을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극장은 울고 웃고 해도 괜찮은 곳이다. 원초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끼기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는 7월 16일(금)부터 9월 5일(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