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과 필사의 경쟁을 펼치는 DC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제임스 건을 불러 들여 그들만의 특별한 히어로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재건을 부탁했다. 오늘(4일) 개봉하는 워너브러더스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이다. 개봉을 앞두고 지난 2일, 제임스 건 감독은 한국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마블과 DC 작품을 모두 소화해낸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다시 만든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Q.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나온 상태에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출하게 된 소감은. 부담감은 없었는지.
▶제임스 건 감독: “어떤 부담감도 느끼지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경험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이 코믹북의 엄청난 팬이었다. 원작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가장 어필이 됐던 부분은 주인공들이다. 사회부적응자들,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흥미로웠고, 슈퍼 히어로와 달리 그들이 자신을 구제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 영화가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전 영화의 그림자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것 자체로 온전한 영화가 되길 바랐다. 마고나 비올라 등 여러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기뻤다.”
Q. 마블과 DC의 히어로를 모두 연출한 유일한 감독이다. 마블과 DC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제임스 건 감독: ”마블과 DC의 세계관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고려했었고, DC가 새로운 것을 바랐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었고 편집권에 있어서 자유로웠다. 물론 마블도 자유롭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다만, 마블은 가족 영화로 만들었고 이번 DC 영화는 성인 영화로 만들었다.“
Q. 전작의 할리 퀸은 그대로 등장시킨 이유? 릭 플래그, 캡틴 부메랑, 아만다 월러를 출연시킨 이유가 있는지?
▶제임스 건 감독: “할리 퀸은 만화 역사상 가장 대단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9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인데 슈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할리 퀸은 원작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이것을 영화에서 완전히 잘 드러내기 위해서 마고 로비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마고 로비보다 더 뛰어난 배우를 생각할 수 없었다. 아만다 월러나 캡틴 부메랑, 릭 플래그 모두 배우는 그대로지만 전작과는 캐릭터가 조금 달라졌다. 할리 퀸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아만다 월라의 경우 더 냉혹하게 변해서 악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다르게 보이고자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작품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Q. 한 작품 안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산만해질수도 있다. 중점을 둔 콘셉트가 있다면?
▶제임스 건 감독: “이 영화의 액션도 좋았고 코미디도 좋아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캐릭터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이 세계의 캐릭터들은 다른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지 못한 캐릭터이다. 블러드스포트가 중심 인물인데, 그는 인류에 대해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남성성에 대해서도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자신의 취약점과 약한 모습을 느끼게 되면서 변화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고, 할리와 랫캐처2 등이 나오면서 더 강렬해진다. 아만다 월러의 경우에도 자신의 여정을 겪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여정을 가지면서 살아남고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고, 또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변화를 주게 된다.”
Q. 이번 영화에서 할리 퀸의 성장도 눈에 띈다. 할리 퀸의 어떤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고심하였는지. 연출자로서 본 DC 세계관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제임스 건 감독: “할리 퀸 같은 경우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미치광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하고 성장하면서 재미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할리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만들면서도 놀라기도 했다. 할리 퀸은 정말 애정하는 캐릭터다. 할리 퀸에게는 광기가 있는데 광기 속에서도 자신에 대해서 배워가고 성숙해간다.”
“이 영화를 끝내고 바로 ‘피스메이커’ 드라마를 만들게 되었다. 피스메이커는 영화에서 최악의 캐릭터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새롭게 발견하고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게 바로 피스메이커의 예이다.”
* '피스메이커'(Peacemaker)는 DC코믹스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피스메이커'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로 스트리밍 서비시 HBO Max를 통해 내년 1월 공개예정이다. 8개 에피소드로 공개될 예정이다. *
Q. 안티히어로를 히어로로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소외되거나 타락한 인물에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임스 건 감독: “어렸을 때 그런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 그런 소외감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소외된 인간상에 끌리는 것 같다. 혼자서 튀거나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표현하려는 것 같다. 많은 일들을 겪게 되면 선한 사람도 안티 히어로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안티 히어로의 안에도 선함이라든지 다양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관심을 갖게 되고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Q. 킹 샤크의 외형과 많이 달라졌다. 실베스타 스탤론에게 목소리 연기를 맡긴 이유는.
▶제임스 건 감독: “킹 샤크는 표현하기에 상당히 어려웠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은 털이 굉장히 많았고, 그루트는 나무로 되어 있어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이번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킹 샤크는 물고기 비늘을 표현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고, 킹 샤크가 어류이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걸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서 관객들이 실질적인 캐릭터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 상어보다 더 통통하게 그려지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실베스터 스탤론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작업했는데, 나중에 그에게 시나리오를 읽어보자고 제안을 했고 실제로 대사를 읽어보니 너무 잘 맞아서 캐스팅을 하게 됐다.”
Q.멤버들 선택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원작 캐릭터의 설정과 어떤 차이를 두었는지?
▶제임스 건 감독: “DC 코믹을 영화로 연출해서 기뻤다. DC는 75년 동안 쌓여온 슈퍼 빌런들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다. 쿨한 캐릭터도 있고, 쓸모 없어 보이고 웃겨 보이는 캐릭터도 있다. 히어로와 빌런 등의 그림을 설계하고 이들을 조합해서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할리의 혼돈스러운 성격은 어디서 잘 드러나겠다, 피스메이커는 어떤 역할을 하겠다, 블러드스퍼트는 피스메이커와 함께 나오면 괜찮겠다고 싶어서 짝을 지으면서 이들의 관계가 만들어졌다. 인터넷도 봤다. 슈퍼 빌런 중에서 가장 멍하고 느긋한 캐릭터도 찾아봤고 그래서 폴커도트맨이 선택되면서 그의 비극적인 사연도 나오게 되었다. 킹 샤크와 랫캐처 2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킹 샤크 같은 경우는 인간과 상어의 하이브리드로 원작에서는 인간의 지능을 가졌는데 영화에서는 좀 더 멍청하게 만들어서 다른 점이 꽤 있다.”
Q. 마블과 비교하여 이번 영화가 DC의 세계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는지?
▶제임스 건 감독: “그렇게 생각한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는 영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 있는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을 미국영화에 적용하고 싶었다. 한국영화는 장르를 잘 섞고 혼합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든다. '기생충', '괴물'의 경우도 그렇다. 액션 영화를 보면 특유의 분위기와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그런 분위기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가져와서 액션, 판타지, 미스터리 등으로 다양한 장르적 변주를 보이도록 노력을 했다. 최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히어로 영화가 서로 자기복제가 되어가고 있다. 같은 반전, 비슷한 캐릭터가 나온다. 서로간의 개성이 보이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나도 나만의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를 만들게 됐을 때 그 점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한국영화, 홍콩영화, 일본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은 덕분에 이 영화를 좀 더 촘촘하게 만들 수 있었다. 감사하다.”
제임스 건 감독의 ‘청소년관람불가’ DC 앤티히어로 무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오늘(4일) 2D, 4D, 4DX, 애트모스, 돌비비전, IMAX 포맷으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