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나는 살아남았다, 뉴욕의 생존자들’이 방송되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최대 도시 뉴욕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다큐 인사이트-나는 살아남았다, 뉴욕의 생존자들]에는 코로나19를 몸소 겪은 5명의 대표 뉴요커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강윤기 피디에게 프로그램 뒷이야기와 KBS의 PD특파원에 대해 물어보았다.
Q. 프로그램 기획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강윤기 PD: “지난해 여름 뉴욕PD특파원으로 왔을 때 뉴욕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뉴욕시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고 사람들이 없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될 때 우리의 시각으로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D특파원으로 관련 아이템들을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 ‘시사직격’ 등의 프로그램에 취재해서 보내던 상황이었다. 올해 초 기획안을 작성하여 제작했다. 방송은 백신이 보급되고 팬데믹이 끝이 보이는 시점을 택했다. 그게 올 여름이었다.”
Q. 방송에 나온 다섯 사람은 어떻게 선정이 된 것인가.
▶강윤기 PD: “출연자 섭외가 가장 어려웠다. 다이애나 버렌트는 지난해 다른 프로그램 인터뷰를 진행했던 터라 제일 먼저 섭외가 됐다. 처음에는 3명 정도 생각했었는데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는 인물들이 더 필요했다. 초기의 절박했던 의료상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필요했고,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브로드웨이 출신의 주인공도 필요했다. 그리고 경제적 위기를 보여줄 자영업자도 필요했다.”
“팬데믹 때문에 대면 취재가 어려웠다. 거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뉴욕 한인의사협회와 배우 에이전시나 노조 등에 연락해 섭외 루트를 뚫어갔다. 미국 현지 언론에 나온 사람들도 많이 연락해서 만나봤다. 결국 다양한 루트를 거쳐서 5명의 뉴요커가 최종 섭외된 것이다. 각자의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어서 프로그램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Q. 뉴욕의 다섯 사람 중에 다이애너 버렌트라는 인물이 흥미롭다. 후속담 같은 것 있는지.
▶강윤기 PD: “다이애나 버렌트는 ‘시사직격’ 제작을 위해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많은 감동을 받았다. 놀라운 리더십으로 생존자들 단체를 이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뒤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만남이 이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그가 (방송에도 나오는) 스콧 코헨을 소개해 주었다. 버렌트는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백신 홍보와 코로나19관련 입법활동 등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늘 응원하고 있다.”
Q. 자메이카 식당 하시는 분, 푸드뱅크 같은 음식나누기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좀 오버해서 질문하자면 어려움을 당했을 때 시민들의 응집력이나, 미국의 힘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 같았는데 현지에서 본 느낌은 어땠나.
▶강윤기 PD: “처음에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 그리고 뉴욕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 심각해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른 느낌이 들더라. 최악의 위기 속에서 민낯이 속속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뉴욕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들이 보이더라.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어떻게 연대하고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헌신적으로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이나 필수인력들의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7시 이벤트’와 같은 상황도 자연스레 만들어졌다고 본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실망스러운 모습도 있지만 또 그만큼 저력이 있는 거다.”
Q. 프로그램을 위한 취재를 하며 현장에서 본 모습은 어떠했나. 세계 최강 미국의 의료시스템의 힘이라거나, 그늘에 대한 생각도 많았을 것 같다.
▶강윤기 PD: “코로나19 팬데믹이 뉴욕, 그리고 미국의 모순들을 잘 보여준 것은 맞는 거 같다. 바이러스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사람들을 공격했지만 그 피해의 정도는 컸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계속 그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한국과 판이하게 다른 의료 체계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자들이 제 때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 6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믿겨지질 않는다. 우리가 만났던 주인공인 패트릭 채나 다이애나 버렌트도 이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팬데믹에서 경험한 미국 의료시스템의 모순을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더라.”
Q. 최근 뉴스 보니 미국이 4차 재확산이 우려된다고 한다. 요즘 현지 분위기는 어떤지.
▶강윤기 PD: “사실 7월 중순으로 ‘뉴욕의 생존자들’ 방송일정을 정한 건 백신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그 이후로 미국의 팬데믹이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현실은 희망대로 되지 않았다. 델타 변이의 빠른 확산과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요 며칠 뉴욕 시내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급격하게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다른 나라는 백신이 없어서 못 맞는데 백신 공급이 충분한 이곳 미국에서는 안 맞아서 문제가 생긴다니. 결국 미국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어떻게 끌어올릴지가 지금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Q. 미국에 주재하는 PD는 프로그램 아이템을 어떻게 선정하고, 방송 프로그램과는 어떻게 연계되는지 궁금하다. KBS 피디특파원의 업무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달라.
▶강윤기 PD: “KBS는 뉴욕, 워싱턴D.C., 파리, 베이징, 도쿄 등 다섯 곳에 현지 PD특파원 체제를 운영 중이다. ‘특파원보고, 세계는 지금’에 정기적으로 아이템을 제작 방송하고 있다. PD특파원들은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현지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뉴욕의 예를 들면, ‘다큐인사이트’, ‘생로병사의 비밀’, ‘시사직격’ 등의 프로그램 현지 취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 인터뷰나 사례자에 대한 현장 취재를 담당하는 것이다. 가끔 예능 프로그램의 현지 제작을 맡을 때도 있다. 올해 설 특집 ‘조선팝어게인’에는 뉴욕의 한류 팬들이 출연했는데 이곳에서 섭외와 촬영을 진행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영상자료나 정보들을 모으거나 구입 대행을 하기도 한다. 정말 다양한 일들이 PD특파원의 업무영역에 들어있다.”
Q. 내레이터로 조승연 작가를 선정한 이유는.
▶강윤기 PD: “조승연 작가는 뉴욕에서 대학을 나왔고, 유튜버로 뉴욕에 대한 컨텐츠를 많이 만든 분이다. 뉴욕의 이야기니 뉴욕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진 분을 내레이터로 모시고 싶었고 조승연 작가가 가장 적합하다 생각했다. 섭외 요청에 흔쾌히 응해 주셨다. 뉴욕팀, 그리고 담당 작가를 포함한 모든 서울의 스태프들이 함께 협업해서 내레이션 녹음을 포함한 최종 후반작업들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Q. [나는 살아남았다, 뉴욕의 생존자들] 만든 피디로서 한국의 시청자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강윤기 PD: “부족한 프로그램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고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팬데믹 위기지만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개인적으로도 각기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5명의 뉴요커들은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같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는 연약한 인간’이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면 취재를 허락해주고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5명의 뉴요커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 고생한 뉴욕과 서울의 모든 제작진들에게도 감사하고요.”
지난 7월 15일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 ‘나는 살아남았다, 뉴욕의 생존자들’은 KBS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