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는 생전에 오페라 작품을 무려 95편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소실되었고 단지 26편만이 전해졌다. 그중에는 <오를란도 핀토 파쵸>(Orlando Finto Pazzo, 거짓 광인(狂人) 오를란도)라는 작품도 있다. 1714년 11월 베네치아 산안젤로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오랫동안 망각된 작품으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초에야 다시 무대에 올랐다. 당연히 한국에선 공연된 적이 없는 희귀작품이다. 바로 그 작품이 곧 한국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2016년 시즌 두 번째 작품이다. 오늘 18일부터 2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에 앞서 어제(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의 연습실에서 ‘오를란도 핀토 파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립오페라단의 김학민 단장과 공연스태프, 출연자들이 참석하였다. 비발디 작품에 어울리게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를 비롯해 로베르토 페라타(지휘), 주세페 팔렐라(의상), 마티아 아가티엘로(안무) 등 이태리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한다. 한국 측 스태프는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마선영 조명디자이너가 함께 한다.
국립오페리단의 김학민 단장은 조금 어려운, 낯선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해 바로크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거짓으로 미친 척하는 오를란도'라는 뜻이다. 지금 와서 듣는 바로크음악은 흥미롭고 스토리도 환상적이다. 일반적인 사랑관계가 아니라 무려 7각관계가 등장한다. 귀족, 왕, 신화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마법과 판타지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오를란도는 중세시대 유럽, 카를로스 대제(샤를 마뉴)의 전설적인 수호기사이다. 유럽문학사에서는 여러 문학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웅이다. 이번 오페라에서 오를란도는 사랑하는 안젤리카를 위해 마녀의 성으로 떠나는 가상의 모험을 담고 있다. 바로크 시대의 고악기를 최대한 사용해 300년 전의 감동을 되살린다고 강조했다.
지휘를 맡은 로베르토 페라타는 "바로크 시대의 고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 있는 도전"이라며 "이탈리아에서도 고악기로 오페라를 연주하는 것은 페스티벌이나 소규모 성당에서나 이뤄질 정도로 드물다"고 소개했다.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는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나 ‘마술’을 강조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면서 “300여 년 전 오페라가 초연했을 당시의 감동을 한국 관객에게 전하겠다”고 말했다.
오필영 무대디자이너는 “시계와 거울이 바로크 시대를 표현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착안해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디자인했다”며 뮤지컬에서 갈고 닦은 멋진 실력을 오페라 무대에서도 선사할 예정이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안젤리카로 출연한다.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다. 딱 5분 출연한다. 2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며 가장 작은 공간에서 춤을 추게 되었다. 많이 연습해서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를란도 역에 베이스 바리톤 크리스티안 센, 에르실라 역에 소프라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 아르질나노 역에 카운터테너 이동규, 브란디마르테 역에 테너 전병호, 티그린다 역에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그리포네 역에 카운터테너 정시만, 오리질레 역에 콘트랄토 마르지아 카스텔리니가 출연한다. 연주는 국내에 얼마 없는 바로크음악 전문단체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이 담당한다.
기자간담회에 이어 두 장면에 대한 시연이 있었다.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 이동규, 김선정이 리허설 복장으로 무대에 올라 마녀 에르실라가 석상으로 굳은 기사 아르질라노을 깨우는 장면을 연기했다. 짧지만 인상적인 ‘오를란도 핀토 파쵸’를 한국 오페라 팬에게 선보인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김학민 단장이 최근 공연된 체코 작곡가 드로브작의 오페라 <루살카>에 부인을 드라마투르그로 참여시킨 것에 대해 사려 깊지 않은 판단이었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베르디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5월 18일에서 2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박재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예술감독: 김학민 연출: 파비오 체레사 지휘: 로베르토 페라타
안무: 마티아 아가티엘로 의상: 주세페 팔렐라 무대: 오필영 조명: 마선영
연주: 카메라타 안티쿠아 서울
공연일시: 2016년 5월 18일~5월 21일
공연장소: LG아트센터
출연진: 크리스티안 센, 전병호, 프란체스카 롬바르디 마출리, 이동규, 김선정, 정시만, 마르지아 카스텔리니, 김주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