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소는 tvN드라마 [방법]에서 ‘방법사’ 백소진을 연기한다. ‘방법’이 뭐지? 연상호 감독이 생각해낸 초능력이다. 사람의 이름(한자), 사진, 소지품. 이 세 가지가 있으면 그 사람을 죽음에도 이르게 하는 저주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방법’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갖고 술수를 부리는 사람을 ‘방법사’라고 한다. 여하튼 이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가진 백소진은 드라마 마지막에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28일 개봉하는 영화 [방법:재차의]에서 다시 방법사로 돌아온다. 영화는 드라마의 확장판인 셈이다. 정지소를 만나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지소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선균)의 딸 다혜로 나왔었다. 최근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와 [이미테이션]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 방법의 진화, 액션의 진화
▷ 드라마에서 영화로, ‘방법’의 세계관이 확장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진 [방법]을 본 소감은.
▶정지소: “이전에 하고 싶었던 액션도 있고 한층 성장한 소진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다. 드라마가 정적이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조민수 선배님이 굿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 한을 풀 수 있었다.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끝나니 또 아쉬움이 남는다. 효과와 음악이 입혀진 영상을 보니 멋있다. 연기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빨리 관객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영화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와 영화에서의 차이가 있었나.
▶정지소: ”소진이는 드라마 끝에 사라진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모험도 하고 자기능력에 대한 훈련도 한다. 자신의 색깔을 가진 능력을 만들어낸다. 내면적으로, 그리고 외면적으로 성장한 부분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틱틱 거리는 모습도 보이고 사춘기 눈빛도 보인다. 영화에서는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이다. 자신에 대해서도 잘 말하고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액션 장면이 많이 나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관객이 좀 더 애정을 가질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의도한 방향과 내가 생각하는 소진의 모습이 다르지 않을까 고민했다.“
▷ 영화에서는 액션 씬이 많다. 특별히 준비한 것은.
▶정지소: “가볍고 날렵한, 역동적인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체중도 감량했다. 헬스장에서 피티도 하고. 카리스마 있는 멋진 액션 씬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거울 보면서 눈빛 연습도 했다.”
▷‘방법’의 영화적 매력이 있었는지.
▶정지소: “‘재차의’라는 소재가 매력적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K좀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무서우면서도 재밌는,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드라마 사라진 이후, 여러 곳을 떠돌며 트레이닝을 한다는 설정이다. 영화에서 많은 절이 나온다. 어떻게 찍은 것인가.
▶정지소: “크로마키 촬영 아니다. 실제 사찰에서 촬영을 했다. 스모그 효과 등을 더하니 마치 다른 나라 사찰 같은 느낌을 준다. 잘 나온 모양이다.”
▷드라마 ‘멸망’에서도 신비로운 존재를 연기한다. 방법에 이어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도 캐스팅되었다. 판타지 장르에 대한 애정이 있는가.
▶정지소: “판타지 장르 좋아했다. 한때는 [아바타]에 푹 빠져있었다. 직접 연기하면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게 보아 장면마다 보여주는 메시지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 극중에서 ‘재차의’ 군단이 돌격하는 장면들과 카체이싱 장면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신 기분은 어땠는지.
▶정지소: “그 장면에서 CG와 효과가 많이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첫날 찍을 때 배우들의 팔이 꺾이는 장면 보고 놀랐다. 기괴한 모습으로 실제 팔이 꺾이는 것 같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소진이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제압해야하는데 처음에는 놀라고 두렵기 까지 했다.”
▷ 영화든 드라마든 [방법]의 또 다른 속편이 이어진다면 소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정지소: “또 다른 성장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또 어떤 새로운 능력이 생겼는지 궁금해진다. 연상호 작가님은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을 가지고 나오시는 분이시라 다음에 어떤 것을 들고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정지소 배우가 뽑는 명장면이 있다면.
▶정지소: “카체이싱 장면. 재차의 군단이 택시를 뛰어넘고 단체로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재차의가 습격하는 택시 뒷자리에 앉아 몰래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에 재미를 들였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운동을 한 입장에서 액션 여기에 도움이 되었는지. (정지소 배우는 초등학교 때 피겨 유망주로 운동을 하다가 중학교 때부터 드라마 연기를 시작했다)
▶정지소: ”과거에 운동을 했었지만 그동안 쉬면서 근력도 없어졌다. 예전에 너무 치열하게 운동을 해서인지 ‘운’자만 들어가도 싫어할 정도였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액션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헬스장 가서 운동 많이 했다. 피겨할 때 스트레칭 했던 생각도 나고. 유연함을 길렀다. 운동한 것이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다. 체중 감량할 때도 식단조절 같은 건 혼자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운동을 그만 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다. 취미로 남게 되어 더 좋은 것 같다. 지금도 와이어가 그리울 정도이다. 와이어 액션 해보고 싶다.“
▷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자주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출연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정지소: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와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로맨스 장르도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 사회에 갓 나온 신입사원, 아르바이트 하는 대학생 등. 사회 첫걸음을 내딛는 또래 역할로 공감을 얻고 싶다. 드라마든 영화든, 장르 불문하고 재미있으면 좋겠다.”
▷정지소 배우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영화 ‘기생충’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정지소: “연기를 그만 두려고 했을 때 다시 시작하게 해 준 작품이다. '기생충'을 안 했더라면, 연기를 계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생충' 이후에 했던 모든 역할이 제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 이후 드라마 '방법', '멸망', '이미테이션'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연기자의 폭을 넓혀오고 있다. 배우로서 요즘 갖는 고민은 무엇인지.
▶정지소: “TV에 나오니 동생도 누나에 대해 자랑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동생의 얼굴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동생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다. 누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금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동생이 자랑스럽게 노력할 것이다.”
▷연기자로서의 롤모델이 있다면.
▶정지소: “작품마다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를 펼쳐 보이는 배우가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꿈이 생긴 것 같다. 요즘은 박보영 선배님에게 빠져있다. 드라마 [멸망]할 때 보니 실제로 엄청 귀여운 분이시다. 그런데 촬영할 때는 대선배의 아우라가 보인다. 입덕한 상태이다.”
▷[재차의]를 통해 액션에 대한 갈증은 풀렸는지.
▶정지소: “영화에선 제가 연기한 것보다 10배, 100배 더 멋있게 나온 것 같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액션에 대한 갈증이 풀렸다기보다는 욕심이 더 생겼다. 더 멋있고, 더 재밌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
● 기생충, 방법, 그리고 가족들
▷혹시 [기생충] 출연 후 받은 리액션 중 인상적인 게 있다면?
▶정지소: “거의 처음 받는 관심이었다. 무슨 댓글을 보든, 어떤 반응이든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기생충’ 검색했을 때 제 이름이 한번이라도 언급이 되면 감사하게 생각했었다.”
▷‘재차의’가 곧 개봉한다. 관객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반응은?
▶정지소: “우리 소진이 잘 컸다. 우리 소진이 힘들었네. ‘우리 소진이’라는 말이 듣기 좋다. 제가 했던 액션에 대해 한번이라도 언급해 주시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 영화 [방법:재차의]를 보실 관객에게 관전 포인트를 전한다면.
▶정지소: “[방법 재차의]는 무섭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섭지 않다. 재미있게 무섭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광경이 많이 나와 분명 재미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특히 ‘재차의’의 액션을 눈여겨 봐주시면 좋을 듯하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오락영화이다.”
▷쉴 때는 어떻게 지내는지.
▶정지소: “최근 들어 쉬는 날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푹 쉬어본 적이 없다. 이전에 쉴 때는 가족과 함께 보냈다. 동생이 제일 큰 활력소였다. 보고만 있어도 좋다. 귀엽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 무조건 풀 충전! 요즘 집에 와서 게임을 하며 충전한다.”
영화 [방법 재차의]에서 방법사를 연기한 정지소는 “말을 잘 못해서. 인터뷰가 원활하게 진행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영화는 28일(수)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