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좋아, 정확히는 ‘한국영화’가 너무 좋아 한국에 정착한 푸른 눈의 한 남자의 있다. 달시 파켓이라는 미국인이다. 오랫동안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해오던 달시 파켓은 3년 전 뜻이 맞는 사람과 새로운 영화상을 하나 만들었다. ‘들꽃영화상’이다. 무궁화 꽃도, 장미 꽃도 아니다. 한국의 자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저 이름 없는 ‘들꽃’을 그냥 영화상 이름으로 정한 것이다. 천만관객의 대단한 한국영화나 한류스타가 등장하는 화려한 영화에 주는 상이 아니다.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한국의 독립영화를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마련된 시상식이다. 올해로 3회째.
어제(7일) 저녁,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 문학의 집’에는 한국영화를 너무나 아끼는 사람들이 모였다. ‘제3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을 위해서. 오후 7시부터 포토월 행사가 열렸다. 지난 한 해 독립영화계에서 대활약을 펼쳤던 영화인들이 취재진을 위해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어 8시를 지나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달시 파켓과 의기투합한 사람 중의 하나인 오동진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우선 한국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현재, 문화융성위원장이기도 하다)의 축사가 있었다. 김동호 위원장은 들꽃영화제의 산파인 달시 파켓 집행위원장에게 존경과 축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예정된 시간이 넘도록 웃음과 농담, 그리고 독립영화의 결의를 다지는 시상식이 이어졌다.

대상은 박정범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산다>에 돌아갔다.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박정범 감독은 아버지가 함께 오셨다며 무대로 모신다. 박정범 감독의 아버지는 아들이 감독한 영화에 줄곧 출연했다. 기성영화인도, 연기자 지망생도 아니었다. “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섰다. <무산일기>, <산다>. 돈이 없으니까 나를 써줬다.”고 수상소감을 거들었다. 시상식 현장은 웃음과 함께 독립영화계의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공감의 박수가 쏟아졌다.
<마돈나>는 극영화부문 감독상(신수원)과 신인배우상(권소현)을 수상했다. 신수원 감독은 수상소감 끝에 “스태프과 배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노래 하나 부르겠다”며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을 한 소절 불러 장내를 열광시켰다.
남우주연상은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의 정재영이, 여우주연상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에게 돌아갔다. 조연상은 <인 허 플레이스>의 길혜연이 차지했다.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이준익 감독은 <동주>로 120만 관객을 넘어선 것에 대한 공치사가 있자, “난, 독립영화인도 아닌데. 그저 독립영화 코스프레한 것뿐인데.”라며 환희 웃었고, 시상식장은 다시 한 번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 외에 시나리오상은 <조류인간>의 신연식 감독, 촬영상은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후지이 마사유키에게 돌아갔다. 수상자로 이 영화에 출연한 일본배우 이사와 료가 직접 무대에 올라 소감을 전했다.
한편, 아쉽게 상을 놓쳤지만 심사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 <마이 페어 웨딩>의 장희선 감독에게는 심사위원특별언급상이 주어졌다. 고(故) 이성규 감독에게는 공로상이 돌아갔다.
제3회 들꽃영화상은 전년도 개봉영화 중 순 제작비 10억원 미만의 한국 저예산독립영화를 대상으로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총 23편의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는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위원장을 위시하여 배창호 감독, 정지영 감독, 이준익 감독, 배우 권해효와 심시위원을 맡은 소설가 공지영, 배우 조민수 등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이번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은 배우 김주리, 박민지, 정하담, 신민철, 정승민 등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박재환)

달시 파켓 집행위원장 - 오동진 운영위원장
제3회 들꽃영화상 수상자(작)
▶ 대상: 박정범(산다)
▶ 남우주연상: 정재영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여우주연상: 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극영화 감독상: 신수원(마돈나)
▶ 다큐멘터리 감독상: 이일하(울보 권투부) (프로듀서 조은성 대리수상)
▶ 심사위원 특별언급상: 장희선(마이 페어 웨딩) (배우/프로듀서 김승환 대리수상)
▶ 극영화 신인감독상: 홍석재(소셜포비아)
▶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 구자환(레드 툼)
▶ 시나리오상: 신연식(조류인간)
▶ 촬영상: 후지이 마사유키(한여름의 판타지아) (이와세 료 대리수상)
▶ 조연상: 길해연(인 허 플레이스)
▶ 신인배우상: 권소현(마돈나)
▶ 공로상: 故 이성규 감독 (정상진 아트나인대표 수상)
▶ 특별상: 무서운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