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목) 밤 10시, KBS 1TV <KBS 스페셜> 시간에는 어느 틈엔가 우리 곁은 떠난 호랑이를 추적한 ‘조선 호랑이 왕국, 왜 사라졌는가’가 방송된다. 이날 방송에서는 1896년경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호랑이 사진을 바탕으로 조선 호랑이 왕국의 실상과 호랑이 사냥의 슬픈 역사를 추적한다.
호랑이는 단군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과 오랜 세월을 함께 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호랑이의 나라 혹은 호담국(虎談國)으로 불렸는데, 울주 반구대 암각화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 그림은 1만 년 전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 호랑이가 존재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불과 100년 사이에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제작진은 지난 2015년 말, 뜻밖의 사진 한 장을 제보 받았다. 사진 속에는 몸길이가 3m에 가까운 조선 호랑이인 대호와 대호를 사냥한 것으로 보이는 사냥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포항공대 김대진 교수팀을 통해 1903년경 영국인 바클레이가 전남 진도에서 사냥한 호랑이 사진보다 7년 이른 1896년경에 촬영된 사진임을 밝혀냈다.
유교를 바탕으로 인본주의 정책을 펼치던 조선에서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호랑이는 없애야 할 대상이었다. 조선 왕조 내내 이어진 범 포획 작업으로 개체수가 급감했고, 맹수를 퇴치해 강한 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던 일본의 해수구제 정책으로 멸종의 길에 들어섰다.

호랑이 사냥에 관련된 기록을 남긴 사람들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한반도를 찾았던 서양인들이다. 한반도로 모인 서구의 자본가들과 수렵꾼들이 주로 호랑이를 사냥했던 장소는 백두산이나 지리산이 아닌 전남 해안 일대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영국인 사냥꾼 바클레이는 1903년 전남 진도에서 호랑이를 잡은 일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농지 확대 정책으로 서식지를 잃은 호랑이가 사람이 적고 먹잇감이 많은 섬까지 헤엄쳐 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향토 기록과 후손들의 목격 증언을 토대로 범굴이라 불렸던 진도 호랑이굴에서 당시 섬으로 내려와 서식했던 호랑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1900년대 초, 마구잡이로 사냥되었던 조선 호랑이들은 어디로 흩어졌을까? 1924년을 끝으로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일본에서 조선 호랑이 박제를 확인한 제작진은 국내에 있을지 모르는 조선 범의 흔적을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서 이 땅에서 실종된 또 하나의 맹수인 한반도 표범 박제를 국내 최초로 발견했다.
한반도 생태계의 건강과 한국 호랑이의 이름을 되찾으려면, 동일종인 아무르 호랑이 550여 마리가 살고 있는 러시아 극동지방을 보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반도에서 범을 복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