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85)에 등장하는 살리에르는 측은한 ‘인간’으로 등장한다. 신으로부터 황홀한 음악적 재능을 부여받은 천재 모차르트에게 한없는 질투와 증오를 내뱉는 인간. 모차르트는 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천재음악가로 추앙받고, 살리에르는 천재를 죽음으로 내몬 ‘찌질한’ 인간 정도로 각인된다. 물론, 자기보다 뛰어난 상대에게 질투하는 평범한 인간, 혹은 지독한 노력형 인간으로서 살리에르를 바라보기도 한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미국 극작가 피터 쉐퍼의 연극대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과연 둘의 관계가 그랬을까? 모차르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만큼 살리에르의 내적갈등은 이쪽 계통에서는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바로, 그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14년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처음 선보였던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살리에르 질투의 속삭임’이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대결(?)구도는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의 원작이 기반이다. 모차르트 사후 살리에르가 그를 독살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퍼졌었다.
어제(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는 뮤지컬 <살리에르>의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지난 18일 개막공연 이후 몇 차례 공연을 진행하며 목청을 튼 배우들이 언론매체를 상대로 작품 하이라이트를 시연하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소극장에서 이뤄진 초연과는 달리 이번 공연은 대극장으로 무대규모가 커졌다. 주인공 살리에르 역에는 초연 때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준 최수형과 풍부한 표현력과 섬세한 연기의 정상윤이 함께 돌아온다. 또한 모차르트를 만나는 순간, 살리에르에게 나타난 정체 모를 인물 젤라스역 에는 역시 초연 배우인 김찬호와 조형균이 출연한다. 살리에르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모차르트 역에는 허규와 박유덕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 이어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정상윤은 다시 살리에르를 연기하는 이유에 대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물어봤다. 모차르트는 알아도 살리에르는 누군지 모른다고 하더라. 그게, 뮤지컬 ‘살리에르’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살리에르 최수형은 “살리에르는 당시 음악인으로는 최고의 위치라고 할 궁중악장이었다. 좋은 귀와 음악적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모차르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천재였고 음악적 열정이 너무 뛰어났기에 젤라스라는 인물이 툭 튀어나온 것이다. 음악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모차르트로 합류한 허규는 “이런 클래식한 시대극은 처음이다. 제 발성이 대중실용음악에 가까운 락 발성이어서 이런 극에 어울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모차르트라는 역이 탐이 났다. 나는 락 필이 나는 모차르트다.”며 “전혀 다른 색깔의 모차르트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민하고, 질투하는 모차르트 안의 젤라스를 보면 더 작품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살리에르’의 음악과 안무는 초연보다 더 강렬해졌다. 무대와 의상은 비교도 안될만큼 화려해졌다. 김규종 연출가는 “대극장에 맞게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드라마를 보강했다. 1막에 사용된 넘버 대부분을 수정했다.”며 “‘살리에르 질투의 속삭임’이라는 플레임에 맞춰 드라마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김규종 연출, 최수형, 정상윤, 김찬호, 조형균, 허규, 박유덕, 채송화, 이하나, 이민아, 윤성원, 박세훈, 정지훈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살리에르’는 3월 13일까지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참,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위키피디아에서도 ‘살리에리’로 표기되는데 뮤지컬에서 굳이 ‘살리에르’로 표기한 것은 발음/발성의 편의를 위해서였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