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민족시인 윤동주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그런데 송몽규는? 아마도 몰랐다면 이 영화 ‘동주’를 보고나선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왕의 남자’와 ‘사도’의 명감독 이준익 감독이 흑백으로 만든 영화 ‘동주’는 민족시인 윤동주와 그의 친근한 벗이며 민족투사였던 송몽규 선생의 짧지만 굵은 인생을 보여준다. 보고, 보고, 또 봐야할 필견의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어제(28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동주’의 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준익 감독과 함께 윤동주 역의 강하늘과 송몽규 역의 박정민이 참석하였다.
영화 ‘동주’는 만주에서 태어난 윤동주와 송몽규의 짧은 삶을 따라간다. 서울 연희전문학교와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까지. 젊은 청춘의 아름다움을 논하기엔 시대가 너무나 암울했다. 송몽규가 피의 투쟁을 준비할 때, 윤동주는 원고지에 고운 시를 한 편 한 편 써내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일본 형무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 중국 용정에는 두 사람의 묘가 있고, 비석이 두 사람의 멈춰 버린 꿈을 일깨운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감독과 배우가 진솔한 이야기를 펼쳤다. 이준익 감독은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를 영화 속에 담아내며 부담감이 컸다”며, “윤동주 시인의 내면을 고백하는 이번 영화에서 시는 굉장히 중요했다. 영화적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에 대해 설명했다.
시인을 꿈꿨던 미완의 청춘, 윤동주 역할로 순수한 감정연기를 선보인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을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많이 알지는 못했다. 촬영 전 다큐멘터리는 물론 책도 많이 보고 시도 계속 접하며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송몽규로 분한 박정민은 간담회가 시작되자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극중 송몽규 선생님처럼 일제강점기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내셨지만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 세대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망각해버린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가슴에 담고 있었던 생각을 토해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특별히 흑백으로 찍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기억하는 흑백사진 속의 윤동주 시인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기에 주저 없이 흑백 영화를 선택했다”며, “또한 일제시대를 재현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는 것은 윤동주 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강하늘은 “촬영하는 내내 잠 못 이루고 고민을 많이 했다. 마지막 촬영이었던 취조장면에서 모든 감정을 다 쏟아 붓고 정민이 형, 감독님과 함께 얼싸안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고백했다.
한편 이 영화에는 ‘향수’로 유명한 옥천 출신의 시인 정지용 역으로 문성근이 특별출연한다. 문성근의 아버지가 바로 고(故) 문익환 목사이다. 영화에는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이 시와 문학, 그리고 민족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이 감독은 “문익환 목사님의 삶도 따로 한 편의 영화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인데, <동주>에 아주 잠깐 등장하게 된 것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이 어릴 적부터 존경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인물 정지용 시인 역할을 맡아 달라고 문성근씨에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성근이 영화에서 “윤 시인,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것이지”라는 대사를 해냈다고 소개했다.
‘동주’의 문학성과 관련 이준익 감독은 “신연식 감독의 인문학적 소양과 작가로서의 자질로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영화의 아주 큰 몫을 차지해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역사적인 인물을 다룸에 있어서 피해갈 수 없는 ‘영화적 상상력’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약 70%가 팩트이고 30%가 픽션이다. 이여진이라는 여학생과 일본에서 만나는 쿠미라는 여자는 가공의 인물이다. 다카마스 교수는 실존인물이다.”고 밝혔다.
단 한 번의 언론시사회가 끝난 후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 영화 <동주>는 2월 18일 개봉된다. 윤동주는 1945년 2월16일, 송몽규는 3월 10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숨을 거뒀다. 그리고 내년 2017년은 윤동주와 송몽규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동주 (2016년 2월 18일 개봉예정/12세이상 관람가)
감독: 이준익 각본: 신연식
출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최희서 신윤주
제작: 루스이소니도스 제공/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홍보: 딜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