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깐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자, 올해 대만이 자국의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내세웠던 후효현(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자객 섭은낭’이 곧 국내에 개봉된다. 지난 가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될 때 후 감독은 주연배우 장진(장천)과 함께 부산을 찾았었다. 다음 주 영화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후 감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26일(화),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자객 섭은낭’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자객 섭은낭’은 중국 역사에 실재했던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중국 당나라 시절, ‘안록산의 난’ 이후 번진이 할거하며 극도로 혼란한 시기에 세력을 키우던 ‘위박’(魏博)의 야심가 전계안(田季安)의 암살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고위관료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혼자였던 전계안과 이별한 후 부패한 관리를 살해하는 암살자로 키워진 섭은낭의 이야기이다. 섭은낭은 스승으로부터 전계안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으며 지독히도 고요하고 정적인 후효현 스타일의 무협드라마가 펼쳐진다. 자객 섭은낭 역은 대만출신의 배우 서기(슈치)가, 전계안 역에는 역시 대만출신의 장진이 맡았다.
‘동년왕사’, ‘비정성시’, ‘밀레니엄 맘보’, ‘쓰리타임스’ 등을 통해 영화 팬들을 사로잡은 후효현 감독 특유의 영상미학을 맘껏 보여준 영화상영이 끝난 뒤 진지한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후효현 감독 기자간담회 동영상 보기 (2016. 1.27 서울)
20회 부산국제영화제 '자객 섭은낭' 갈라프레젠테이션 동영상보기 (2015.10.2)
후 감독은 “대학생 때 읽은 당나라 시절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매료되었고, 오랫동안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당나라 시대는 중국의 가장 화려한 시절이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인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영화에는 장진, 서기 등 대만배우와 함께 츠마부키 사토시도 출연한다. 후 감독은 “츠마부키 사토시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깨끗함과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순진무구함을 갖고 있다. 성격도 좋았다. 서기와 장진의 경우 <쓰리타임즈>와 <밀레니엄 맘보>를 같이 하며 좋은 배우인 것을 알기에 따로 고민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하며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별히 여성자객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서 감독은 “중국 당나라 시대는 실제로 여성의 지위가 높았던 시기이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는 여성자객이 자주 등장한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자객 섭은낭> 속의 여성 자객을 묘사했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첫 번째 무협영화를 찍은 후효현 감독은 “나도 무협영화를 좋아하지만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고 날아다니는 것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화면 좌우비율이 변한다. 이에 대해 “DCP로 작업하니까 전통적인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전에는 화면비율을 바꾸는 것이 어려웠다. 이제는 옆으로 길게도, 해보고, 만화같이 컷의 크기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칠현금 연주장면에서 긴 악기를 담기 위해 컷을 바꾸는 시도도 해봤다.”고 덧붙였다.
대만의 비극적 현대사를 보여준 <비정성시>로 세계적인 감독반열에 오른 감독은 ‘대만역사를 다룬 영화’의 제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만역사에 관련된 영화작업 계획은 있었다. 민감한 소재이다 보니 투자자들이 적극적이지 않다. 역사적인 사건을 영화에 직접적으로 담고 싶지만, 투자자들은 시대에서 떨어져 보는 영화를 원한다. 언젠가는 찍을 것이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영화도 찍을 것이다.”며 식지 않은 영화열정을 내보였다.
후효현 감독은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며 “기존의 무협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무협영화이다. 스토리도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도 담겨있고, 무협영화지만 나의 전작들과 비슷한 시리즈로 보면 된다. 인물과 스토리의 구성에 있어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후효현 감독은 어제(28일) 씨네큐브광화문에서 백은하 저널리스트와 함께 씨네큐브 스페셜톡 행사를, 이어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이창동 감독과 함께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에 참석하였다. 내일(30일)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허문영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와 함께 다시 한 번 시네마토크를 펼친다.
자객 섭은낭(The Assassin) (2016년 2월 4일 개봉예정)
감독: 후효현(허우샤오시엔)
출연: 서기(슈치), 장진(장천), 츠마부키 사토시 외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