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렛 미 인’의 막이 드디어 올랐다. 스웨덴의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쓴 소설 원고는 한동안 그 어느 출판사도 받아주지 않아 사장될 뻔 했다. 우여곡절 출판이 되자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스웨덴과 할리우드에서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 2013년 영국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이번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찾는 것이다. 역시 '뱀파이어 로맨스'는 매혹적인 소재이다.
‘렛미인’은 알려진 대로 수백 년을 산 뱀파이어 ‘일라이’와 외톨이 인간소년 오스카의 ‘핏빛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어제(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는 첫 공연에 앞서 프레스콜 진행했다. 그동안 꽁꽁 감춰졌던 비밀의 문이 활짝 열린 듯 했다. 무대는 자작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한쪽에 정글짐이 놓여있다. 오른 쪽엔 침대가 놓여있고. 커다란 공연장이지만 여지없이 고독한 연극임을 알려준다. 이날 프레스콜에는 존 티파니 연출을 비롯해 배우 박소담, 이은지, 오승훈, 안승균, 주진모 등이 참석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했다.
이날 시연된 장면은 교외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소년 오스카가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옆집에 수상한 가족이 이사왔단다.
그 누구도 이사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단다. 중년의 남자 하칸과 10대 소녀 일라이. 부자관계인 듯 하면서도 아닌 것도 같다. 이어 오스카와 일라이가 만나는 장면. 루빅스 큐브를 전해 주며 서로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곧 일라이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녀는 뱀파이어. 그를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하켄. 일라이를 연기한 박소담의 입 주위엔 선혈이 낭자하다!
1막의 마지막 장면은 오스카의 집을 찾아온 일라이. 일라이가 묻는다. “들어가도 되냐” 제목 ‘렛 미 인’은 뱀파이어들의 세상에서만 통하는 그들만의 묵계이다.
1시간 정도 주요장면 시연과 설명이 이어졌다. 시연을 끝낸 뒤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존 티파니는 “내가 참여한 공연 중 제일 때 묻지 않은 오디션을 거쳤다. 배우들의 전작과 한국에서의 유명세를 전혀 모른 채 오디션을 진행했다.” 며 “그들의 에너지와 영혼이 배역에 맞는지 선별했다”고 밝혔다.
오디션 결과 일라이 역에는 박소담과 이은지가, 오스카 역에는 오승훈과 안승균이 발탁되었다. 하칸 역에는 중견배우 주진모가 출연한다. 존 티파니 연출가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박소담이 한국에서 그토록 유명한 배우인줄 몰랐다고 전했다.
자작나무가 인상적인 무대에 대해서 존 티파니 연출가는 “영화에서 숲이 인상적으로 나온다. 사춘기 아이들이 숲을 통과하면 성인이 되는 것처럼 이 작품은 현대의 동화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작년 ‘검은 사제들’로 유명해진 박소담은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떨린다.”며 “경험해보지 못한 뱀파이어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또 일라이의 삶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니 오스카를 만났을 때만큼은 더 설렐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피가 나오는데. 관객이 살짝 놀랄 수도 있다. 추운 겨울에, 하얀 눈밭에 딱 떨어지는 빨간 피가 아름답다. 무섭긴 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을 보신 관객들이 무섭고 잔인하다는 느낌보다는 따뜻한 드라마를 본 것 같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뱀파이어 소녀와 인간 소년의 애틋한 로맨스를 다룬 연극 ‘렛미인’은 어제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by 박재환)
연극 ‘렛미인’
공연기간: 2016년 1월 21일 ~ 2월 28일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출연진: 박소담, 이은지, 오승훈, 안승균, 주진모, 박지원, 임종완, 박민규, 임희철, 박시범, 안창환.
극본: 잭 손 무브먼트 디렉터: 스티븐 호겟 음악: 올라브 아르날즈 무대 디자이너: 크리스틴 존스
연출: 존 티파니 협력연출 제시카 리차드스, 비키 맨더슨 국내협력연출: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