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민족시인 윤동주. 남겨진 윤동주의 흑백사진 옆에 서 있는 한 남자를 아시는가. 윤동주보다 석 달 먼저 태어난 사촌 형 송몽규이다. 역시 뜨거운 가슴의 문인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만주에서 태어나, 연희전문대학에서 공부햇고, 함께 일본으로 유학 갔던 두 조선남자. 일본에서 독립운동하다가 옥사한다. 비극의 시대를 살아간 뜨거운 민족혼의 두 남자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왕의 남자’와 ‘사도’의 이준익 감독이 강하늘과 박정민을 캐스팅한 영화 ‘동주’이다.
내달 개봉을 앞두고 지난 18일(월) 서울 중구 메가박스동대문에서는 방송인 김태진의 사회로 영화 ‘동주’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답게 이날 제작보고회는 ‘시 낭송 제작보고회’라는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시를 알지만 그 시인의 삶은 아는가?"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윤동주 시인의 다큐를 보았는데 그가 대학을 다닌 일본 쿄토에는 시인의 기념비가 있었다. 조국도 아닌 땅에 시인의 기념비가 있는 것에 대해서 그 삶을 영화로 담고 싶었다.1935년에서 1945년까지, 10년 동안의 이야기다. 윤동주 시인이 28살에 서거했으니, 시인이 15~16살이었을 때부터 28살까지 그 기간의 이야기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윤동주는 일본감옥에 갇혀 삭발을 한다. 이 장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는데, 고작 머리 자르는 것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만 그 안에서 윤동주 시인이 감내해낸 고민과 감성을 어떻게 표현해 내야할 지가 고민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송몽규 역을 맡은 박정민은 촬영 전 직접 중국 용정으로 가서 윤동주, 송몽규의 생가를 찾았단다. 박정민은 “윤동주, 송몽규 선생님의 생가와 묘소를 돌아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았다. 영화 <동주>를 통해 과정은 아름다웠으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던 그 시대 수많은 분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당연히 윤동주의 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준익 감독은 극중 ‘자화상’ 시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이 시는 송몽규에 비춰진 윤동주, 자신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의 관계성 안에서 나온 시라고 생각했기에, 영화의 후반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시를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번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 암흑의 시대에 흑백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는 그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서이고, 또한 제작비 부담때문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강하늘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낭송하며 현장을 한순간 적막으로 몰아넣기도. “리딩을 하면서부터 눈물을 흘린 작품은 영화 <동주>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을 DVD로 소장하는데 이 작품도 제 진열장에 놓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마지막으로 “북간도 윤동주 선생님의 묘소 바로 옆에 송몽규 선생님의 묘소가 있다. 화려한 윤동주 선생님의 묘에 비해 바로 옆 송몽규 선생님의 묘는 벌초도 되어 있지 않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 영화를 통해 송몽규 선생님뿐만 아니라 결과물이 없지만 과정이 아름다웠던 분들에 대해 현대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맡은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동주>는 이준익 감독의 열한 번째 영화이다. 2월 18일 개봉된다.
동주 (2016년 2월 18일 개봉예정/12세이상관람가)
감독: 이준익 각본: 신연식
출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최희서 신윤주 외
제작: 루스이소니도스 제공/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 홍보: 딜라이트
[사진제공 = 루스이소니도스 / 딜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