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인상의 김태한을 울린 작품이 '비밀'이다.
지난 11월 14일(토)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3 '비밀'이 전파를 탔다. '비밀'은 한 남자의 죽음과 용의자로 체포된 베트남에서 온 신부 사이에 숨겨진 사연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슬픈 미스터리의 전말이 드러나는 이야기다. 방송이 끝난 후 연출을 맡은 전우성 PD를 만나 드라마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우성 PD가 처음 대본을 접했을 때 '철주' 역으로 떠올렸던 배우가 '김태한'이었다는 것. 전 PD는 김태한에 대해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라고 언급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김태한이 느꼈던 감정을 전우성 PD의 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전우성 PD는 "필리핀에서 술을 마시면서 대본을 세 번 연달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캐스팅 당시 김태한은 필리핀 여행 중이었다.

철주 캐릭터를 캐스팅하면서 연출자가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전우성 PD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국제 결혼을 하는 신랑의 전형,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거칠고 조금 퉁명스러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남자, 그 전형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첫 리딩 때, 김태한 배우가 잡아온 철주 캐릭터는 약했지만, 연출자와 배우의 대화량이 많아지면서 최종 촬영 때 완벽한 철주의 모습으로 그려졌다고.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 여성 띠엔 역은 배우 서은아가 맡았다. 자연스러운 베트남어를 구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은아는 영화 '짓'으로 2013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전우성 PD는 띠엔 역으로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고, 연기를 잘 해야하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신인 여배우'를 검색했고, 검색결과에 '서은아'라는 배우가 있었다는 것. 영화 '짓'과 그녀가 해왔던 다른 작품을 찾아보면서 서은아라는 배우에게 매력을 느꼈고, 띠엔 역으로 캐스팅하게됐다는 것.
연출자는 베트남 현지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했다. 단막극의 작품 특성상 짧은 기간내에 저비용으로 작품을 만들어내야하는 환경에서 PD, 카메라 감독, 분장팀, FD, 배우 두 명과 조촐하게 팀을 꾸려 베트남으로 떠났다. 스태프들이 적어지면서 미용팀이 조명팀을 대신해 반사판을 들기도 했다는 것. 촬영 중 생긴 에피소드도 전했다. 전 PD는 "철주가 맞선을 볼 때 가발을 쓰는데, 양면 테이프로 가발을 고정시킨다"라며 "날씨가 더우니까 양면 테이프가 땀에 젖어서 고정이 안되더라. 다리 위를 가는데 위태위태하더라, 강물에 떨어졌으면 위험한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웃어보였다.

이 작품은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점이 있다. 건설현장 노동자 철주는 아내가 도망갈까 외국인등록증과 여권을 숨기고 그녀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이 부분은 나무꾼이 선녀가 도망갈까 선녀옷을 주지 않은 스토리와 비슷하다. 또한 베트남 여자 띠엔을 풀이하면 '선녀'라는 뜻이다. 이에 관련해서 전우성 PD는 '우연'이라고 입을 열었다. 외국인등록증을 숨긴 것은 실제 그런 남편들이 많다는 점에서 생각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띠엔의 이름에 관해서는 "처음에는 티엔이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허진희 PD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티엔이 남자 이름이라고 하더라"라며 "여자 이름은 띠엔이라고 했다. 티엔이 예뻐보이는데 남자 이름을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띠엔을 썼다"고 전했다. 이어 "이름에 대해서 허진희 PD와 이야기하다보니까 띠엔이 우리나라 신선(선) 자, 베트남 발음으로 뜻이 선녀라더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전우성 PD는 이 작품을 '인간 관계에서 외롭고 힘든 분들'에게 추천했다. 전 PD는 "이 시대에 사는 이들이 가혹한 삶에 노출되고 아파하고 있으며 따뜻한 손길에 굶주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이야기를 보면서 띠엔과 철주가 어떤 형태든 마음을 나누며 5년을 살았던 것처럼 아무리 현실의 구조가 차갑고 견고해도 서로간의 손을 맞잡았으면 된다. 힘들게 살고 괴로운 분들이 지칠 때 이 이야기를 보면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 3 '계약의 사내'가 오는 28일(토) 밤 11시 35분 마지막 작품으로 방송된다.
[사진제공:KBS홍보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