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의 여름은 따뜻했다.
지난 8월 28일 KBS 드라마스페셜 2015 시즌2의 마지막 작품 ‘그 형제의 여름’이 전파를 탔다. 마지막 작품은 시청자들에게 1992년 서태지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다문화 가정에서 사는 11살 아이가 서태지의 수제자가 되고자 가출을 결심한다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이정미 PD를 만나 ‘그 형제의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야기는 1992년 여름 부산을 배경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빠져있는 11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배경을 부산으로 둔 것에 대해 “동길이가 서태지에게 답장을 기다리는 거리감을 두기 위해서였다. 서태지가 서울이었다면, 거리감을 두기 위해 부산으로 설정했다”고 답했다.
드라마의 공식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식 포스터에는 한 가족인 동길-영길-아빠 국진이 건물 옥상의 환풍기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는 1992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 1집’ 앨범 자킷을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이정미 PD는 “서태지를 존경하는 아이가 주인공이라 1집 앨범도 듣고, LP판도 샀다. 그것을 보다보니까 사진이 재미있더라”며 “따라해보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세 부자가 댄스대회에 출전하니까 똑같이 ‘난 알아요’ 의상을 입고 자킷 사진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1집의 타이틀 곡인 ‘난 알아요’와 히트곡 ‘환상 속의 그대’ 두 곡이 자주 등장한다. 두 곡은 극 중 동길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게 한다. 엔딩에서는 1집의 수록곡 ‘내 모든 것’이란 곡이 흘러나온다. 이 PD는 이 곡의 가사에 꽂혀 드라마 엔딩 스크롤에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그렇게도 힘들었던 수많은 사연들을 이제 사랑으로. 그대 앞에 나의 모습 보이리라 나의 진실을 말해주고파’라는 가사는 동길의 심정을 말해주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역 배우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안무를 그대로 재연해냈다. 이러한 장면을 위해 아역 배우들은 2~3개월 가량 연습에 매진했다. 극 중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그 당시, 서태지의 의상이다. 특히, 동길은 서태지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청 멜방 바지를 착용한다. 동길이 입는 의상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있었다. 이 PD는 “집에서는 늘어난 런닝을 입고 있지만 나갈 때는 없어도 있는 척 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서태지 코스프레를 하지만 집에서는 있는 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강한 카리마스를 뿜어왔던 배우 유오성이 출연, 뽀글머리에 사투리를 구수하게 내뱉는 동길-영길의 아빠 최국진 역을 소화해냈다. 이정미 PD가 유오성을 캐스팅 한 배경에 대해 전했다. 이 PD는 “선배 PD가 소개해줬는데 유오성씨에게 입봉을 안했다고 하니 그러면 무조건 자기를 캐스팅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드라마 ‘스파이’, ‘조선총잡이’나 영화 ‘친구’에서 유오성은 강한 인상을 줬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유오성이 맡은 국진 역은 부드러우면서도 억척스러운 캐릭터다. 이에 대해 “국진은 연약하고 유약한 이미지인데 전형적인 것 보다는 반대로 가는 게 좋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했다”며 유오성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또한 음악인 조정치가 하숙생 현철 역을 맡아 처음으로 공중파 드라마에 도전했다. 이 PD가 조정치를 캐스팅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자연스러운 연기’ 때문이었다고. 이에 대해 “연기가 필요하기보다는 리얼한 게 나을 것 같아서 고민은 하지않고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특히, 서태지 역에 캐스팅된 배우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이정미 PD는 실제로 서태지를 섭외하려고 접촉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스케줄 상 어려움이 있어, 서태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 섭외에 나섰다고. 드라마에서 서태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는 개그맨 김영민으로 실제 개그무대에서 서태지로 분장한 바 있다. 이 PD는“서태지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다가 김영민씨 기사가 있길래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알아봤다”라며 “본인 공연에서 서태지 분장을 하더라. 그리고 ‘컴백홈’ 가발이나 의상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남들과는 다른 피부색에 사람들과 친형에게 무시 당하는 영길이 지우개로 자신의 손등을 박박 문지르거나, 아주머니들이 쓰는 얼굴 하애지는 크림을 사서 바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연출을 맡은 이정미 PD는 가장 뭉클했던 장면으로 혼자 남겨진 영길이 배드민턴 채로 동전을 줍는 장면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동길이가 가출할 때 영길이가 혼자 배드민턴 채를 들고 서 있는 게 슬프더라. 형이 떠나는 줄 모르고 열심히 파던 장면이 짠했다”고 설명했다.
동길은 그동안 가족이라 생각치 않았던 영길과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된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1992 부산 갈매기 댄스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로써 동길은 자신의 동생이 영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 앞에서 알린다.‘그 형제의 여름’은 ‘1992 부산 갈매기 댄스 경연대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부제에도 의미가 담겨있다. 날아오르는 갈매기, 그래서 엔딩에서도 동길이 갈매기처럼 날아오르면서 끝이 난다.
[사진:KBS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