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임대통령의 임기는 2008년 2월 25일에서 2013년 2월 24일까지였다. 그때 만들어졌던 ‘정치적인 영화’ 한 편이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극장에서 개봉된다. 아니, 개봉될 예정이다. 어제(3일) 오전,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개봉을 준비 중이다.
김곡 감독의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라는 제목부터 정치적인 이 영화는 지난 2010년 완성되어 인디포럼,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일반개봉을 위해 영등위(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신청을 했지만 ‘아뿔사’ 길고긴 법정투쟁을 펼쳐야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71조에 근거하여 영화/비디오물, 공연물과 그 광고/선전물의 윤리성 및 공공성을 확보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영등위는 2011년 6월, 이 영화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렸다. 영화 팬이 일반적으로 만나게 되는 ‘전체관람가/12세이상/15세이상/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닌 ‘제한상영가’을 받은 것이다. 영등위는 “선정성 폭력성 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상물”에 이런 등급을 내리는 것이다.
‘제한상영가’를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가 영화상영이 가능한 극장’에서만 영화상영이 가능하다. 문제는 대한민국에 그런 극장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제한상영가’라는 엄청난 등급을 부여받았을까. 내용은 단순(!)하다. 광우병파동이 불러온 촛불집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 ‘MB정권’ 시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을 풍자한 영화이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린 이유에 대해 “특정 정치인의 경멸적, 모욕적 표현 수위가 다분히 의도적이며 극심해서 개인의 보편적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손상하는 것으로 판단됨. 아무리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가 존중 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라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5년간 이어진 고난의 행군이 이어졌다.
2012년 9월 한 차례 더 등급분류 신청을 했지만 또 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김선 감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치적 판단을 한 영등위의 판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감독의 손을 들어주었다. 2013년 6월 서울행정법원, 2014년 2월 고법, 그리고 2014년 7월 대법원이 그렇게 판결한 것이다. 법원은 “일반 영화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없게 한 것은 과도한 규제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이라며 ‘제한상영가등급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김선 감독은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가 5년 동안 유명해졌었는데 유명세를 타게 해준 영등위에게 감사드린다. 아주 작은 독립영화가 개봉까지 하게 돼서 굉장히 감회가 기쁘기도 하면서 이렇게 작은 독립영화가 탄압을 받고 상영 금지까지 당하는 걸 겪다 보니 씁쓸하기도 하다.”며 극장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포돌이를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촛불집회가 열릴 때 뉴스나 길거리에서 경찰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당시 포돌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분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하기 보단 포돌이를 출연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선 감독은 “영등위가 이 영화를 정권에 반대하고, 음해하는 영화로 규정함으로써 그렇게 인식이 된 것이 안타까웠다. 다양하게 보이길 바랬는데 그 의미가 축소되는 것 같아 영등위에게 꿀밤을 때려주고 싶다. 관객들에게는 노골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즐기실 분들은 즐기시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인 거 같은데 퍼핏을 가지고 라이브 액션을 찍었다는 것, 인형극 같은 느낌들, 그리고 포돌이가 겪는 우여곡절을 중점적으로 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자가당착’은 거대자본으로 만든 근사한 충무로영화도 아니고, 재기발랄한 독립영화도 아니다.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면 10일 극장에서 찾아보시길. 분명한 것은 멀티플렉스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을 듯하다. (영화/박재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2015년 9월 10일 개봉예정)
감독: 김선
출연: 포돌이, 정아영, 강석, 이란희, 송연수
제작: 곡사 배급: 인디플러그
[사진제공=인디플러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