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밤, 배우들은 KBS 내부에서 뛰고 또 뛰었다.
지난 14일(금) 밤 한 단막극에 좀비들이 출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좀비’를 소재로 한다는 것과 그것도 단막극에서 쓰인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방송 후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좀비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KBS 드라마스페셜 2015 ‘라이브 쇼크’로 방송국 안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모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 스릴러물이다. 지난 14일 드라마 방송 후 연출을 맡은 김동휘 PD를 만났다.
‘라이브쇼크’는 김동휘 PD에게 아주 익숙한 장소인 KBS에서 촬영됐고, 입봉작으로서 특별한 작품이다. 그가 입봉작으로 스릴러물을 선택했던 것은 2년 전부터 구상, 그 과정이 있다. 김동휘 PD는 “생방송 중 재난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며 “생방송 포맷을 살려서 생방송 중 재난이 터지는 이야기가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로 인해 최초의 기획이 바뀌면서 올해 1월 장르가 좀비물로 확실해졌다고. 그에게 입봉작을 준비하면서 롤모델이 됐던 작품은 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이다. 이 작품은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지구 종말 분위기를 내는 작품으로 저예산으로 제작됐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진실’이었다. 김동휘 PD는 “언론의 역할이 뭔가라는 생각을 했으면 했다”며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 사실 언론이 해야할 일을 아무 것도 모르는 청년이나 어리바리한 기자가 해결했는데, 진실이란 화두를 계속 가지고 갔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연출자가 뽑은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내가 아니라 당신일수도 있었어’다. 이 대사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 성우(장세현)가 ‘알바의 신’ 운영자인 은범에게 했던 말이다. 성우는 은범을 대신해 임상실험 아르바이트를 하게됐고, 실험 중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이 장면에 대해 “세월호, 메르스 같은 불특정 다수에게 생길 수 있는 재난들이 관심 가지지 않고 넘어가면 우리에게 생길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단막극의 특성상 단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제작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출가로서 아쉬웠던 점에 대해 “돈, 시간과의 싸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1주일 정도 시간을 줬으면 작품의 질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좀비’를 소재로 다루다보니, 주변인들을 설득시키는 것도 어려웠다고.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비’ 표현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김 PD는 촬영 전 20여명의 좀비 배우들을 모아 연습했고 좀비가 움직일 때의 디테일한 행동까지 고민을 했었다고. 이에 대해 “좀비가 뛸 때 팔을 쓸 것이냐, 안 쓸 것이냐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다”며 “시험도 많이 해보고 뭐가 무서운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트가 아닌 실제 방송국에서 촬영하다보니, 애로사항도 있었다. 복도신을 찍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좁은 장소에 자리를 잡아야만했다. 이에 대해 “촬영 장소가 밀폐된 공간이라서 조명갈 곳이 없었다. 드라마 성격이 불이 다 꺼지는데 조명감독님이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에는 백성현, 여민주, 김지영 등이 출연했으며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백성현은 자신을 좀비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김동휘 PD가 이번 작품에 이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백성현은 후배 PD로부터 추천을 받았으며 여민주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여민주에 대해서는 “또래 연기자를 많이 봤는데, 여민주만의 장점은 섬세하고 떨림이 있다”고 표현했다.
또한 극 중 생방송 ‘금요토론’ 담당 PD를 맡은 김태한을 좀비 연기 잘 하는 배우로 지목했다. 그에 대해 “좀비 역할 오디션을 보면서 저한테 무서운 얼굴을 해보라고 했다”며 “김태한씨가 가장 실감나는 얼굴을 보여줬고, 그 얼굴을 보고 나서 분장을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김태한은 김동휘 PD가 가장 먼저 마음 속으로 점 찍어둔 배우로 방송국 내에서 제일 먼저 좀비된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라이브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이란 질문을 던졌다. 실제 방송국에서 김동휘 PD 앞에 좀비가 나타나는 것이다. 김 PD는 “먹을 것부터 구하겠다. 그리고 더빙실이 제일 안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음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음이 잘되어야한다. 철문도 두껍고 사건이 생기면 더빙실에 숨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KBS홍보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