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수염을 기르고, 전도연이 맹녀검객이 되고, 김고은이 대나무 숲을 활공한다. 박흥식 감독의 신작 ‘협녀, 칼의 기억’이 마침내 베일을 벗고 그 수려하고, 아름다운 액션의 미학을 펼친다. 어제(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에서는 ‘협녀, 칼의 기억’을 만든 박흥식 감독과 주연배우 전도연, 김고은, 이경영, 배수빈, 김영민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주연배우 이병헌은 미국에서 할리우드 신작 ‘황야의 7인’ 촬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차(茶)와 민란과 칼의 시대’ 였던 고려 말을 배경으로 개인적 야심으로 사형과 사제를 배신한 야심가 이병헌 앞에 세월이 흐른 뒤, 그 옛날의 복수를 위해 나타난 검객과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멀리는 호금전 감독의 ‘협녀’(1969)가 보여준 정중동의 칼부림, 이안 감독이 ‘와호장룡’(2000)에서 보여준 춤추는 대나무 검무, 그리고 장예모 감독의 ‘영웅’(2003)에서 보여준 떨어지는 빗속에서의 장엄한 검투까지 매 장면이 화려하고, 수려하고, 아름답고, 결정적이었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박흥식 감독은 “무협 장르가 중국 영화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무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멜로의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차별점이 있다면 드라마의 밀도와 점도를 강하게 하는데 노력했다. 무협의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중점을 두었다. 액션은 감정을 집약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 인어공주(04)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은 전혀 새로운 장르인 무협에 도전한 것에 대해 “아직 영화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일상적인 드라마를 많이 해왔는데 다른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오래도록 이 작품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기어코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싶었다. 비극적 이야기를 감정적, 서정적,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을 것 이라는 자신감에 승부수를 걸었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히기도.
이날 박흥식 감독은 무협영화로서의 ‘협녀, 칼의 기억’이 보여주는 ‘협’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쇼브러더스 전성기의 무협영화, 그리고 서극, 정소동 감독이 내놓았던 수많은 무협/쿵푸 액션영화에서 ‘협’(俠)의 의미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박흥식 감독은 “원래 한자의 의미는 힘없는 약자를 끼고 도는, 보호하는 행위를 뜻한다. 정의라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대사지만 ‘옳은 것은 모두에게 옳은 것’이다. 월소의 태도가 원칙주의자여서 미련스러워 보이겠지만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월소에게 힘든 가족사의 비극이지만 그런 비극적인 상황을 몰고 가게 되는 역할을 맡겼다. 엄마가 이루지 못한 사사로운 것을 끊어내지 못하고 딸이 해낸다. 마지막 복수가 이루어지는 곳은 두 사람에겐 비극적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고, 또 한 사람은 협녀로 거듭 태어나는 곳이다.”고 덧붙였다.
맹인 여검객 월소 역으로 절제된 복수의 화신 역을 소화한 전도연은 “액션에 맹인연기까지 부담감이 많았다.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감정이 거세된 채 산 월소 역을 위해 스스로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며 숨은 비화를 전했다.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비극의 씨앗 홍이 역의 김고은은 “홍이는 감정의 터닝 포인트가 몇 번 있다. 18년을 키워준 사람이 원수라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이 컸을 것이다. 사사로운 감정을 끊고 오직 복수만을 위해 살았을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소감을 밝혔다.
최근 "등장하지 않은 영화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히는 이경영은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무협 영화를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하늘을 날고 적을 무찌르는 꿈을 상상하곤 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아주 멋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배수빈은 풍진삼협의 맏형인 풍천 역으로 등장한다. '풍진삼협'은 의협심이 넘치던 시절 배수빈, 이병헌, 전도연이 연기하던 삼인검객이다. 배수빈은 “액션 장면이 많았다. 리얼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액션 연습을 꽤 했다. 초반부 짧게 등장하지만 영화의 모티브적인 역할을 맡게 되어 영광이다.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협녀’는 8월 13일 개봉된다. (영화/박재환)
협녀, 칼의 기억 (영문 제목: Memories of the Sword)
감독: 박흥식
출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이경영, 김태우, 이준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티피에스컴퍼니 홍보: 딜라이트
(2015년 8월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