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충무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미스터리 터치의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이다. 배경은 1938년의 경성의 한 여자 기숙학교. 비밀스런 공간의 어린 소녀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과속스캔들’과 ‘늑대소년’의 박보영이 이 기숙학교에 들어와서 비밀의 중심에 선다. 6월 18일 개봉을 앞두고 어제(21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이해영 감독과 세 명의 주연배우 박보영, 엄지원, 박소담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사회는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영화시사회와 함께 열리는 기자간담회와는 달리,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열리는 ‘제작보고회’는 감독과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영화의 분위기와 전체적인 컨셉만을 알리는데 주력한다. 이날 ‘경성학교 제작보고회’도 마찬가지였다.
제작보고회는 영화 속 1938년의 비밀 아이템을 공개하는 타임캡슐 토크로 포문을 열었다. 박보영의 숨겨놓은 아이템은 ‘일기장’이었다. 극중 주란(박보영)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아이템이다. 학교의 미스터리한 비밀을 적극적으로 파헤쳐나가는 주란 역에 대해 박보영은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이다. 위축되어 있다가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다. 감독님이 세세하게 디렉션을 해주시고, 사전에 대화를 많이 나눠서 덕분에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엄지원이 선택한 타임캡슐 아이템은 ‘교편’이었다. 엄지원은 “교편은 교장의 권위를 상징한다. 그녀의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위태로움을 상징하는 소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장은 감정적으로 드라마틱하고 다중적이다. 인물의 다양한 모습을 풍성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재미있게 작업했다. 관객들이 엄지원에게도 저런 색깔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녀의 색다른 연기 변신에 대해 기대감을 높였다.
‘잉투기’와 ‘상의원’을 거쳐 기대작에 잇달아 캐스팅되며 주목받고 있는 신예 박소담의 아이템은 ‘운동화’였다. “연덕은 기숙학교의 우등학생으로 운동을 잘하는 친구이다. 이 운동화를 신고 얼마나 많이 운동장을 뛰었는지 모른다”며 촬영 당시를 이야기했다. 연덕이란 캐릭터에 대해 “감정선이 복잡하고 기복이 큰 인물인데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저의 무표정을 잘 잡아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소담은 “박보영 선배는 순간적인 감정 몰입도가 엄청나고 엄지원 선배는 촬영에 들어가면 카리스마가 넘친다. 옆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두 선배님이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며 함께 연기한 선배연기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KBS의 역사관련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등 TV프로그램의 패널로 낯이 익은 이해영 감독은 이날 시종일관 달변을 과시하며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이해영 감독은 “데뷔작이었던 ‘천하장사 마돈나’같은 경우는 성 소수자에 대한 성장영화였고 그 다음(페스티발)은 본격적인 성적 농담을 다뤘던 섹스 코미디였다. 두 편 모두 코미디였고 장르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이 아니었다. 이전 작품들이 양념이 덜 된 영화들을 만들었다면 좀 센 영화, 양념이 많이 들어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미스터리가 들어간 세 보이는 영화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또 남성영화가 많이 기획되다 보니 거꾸로 다른 사람들이 잘 안 하는 여성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많은 여배우들 사이에 강해 보이는 미스터리 사건을 넣으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며 ‘경성학교’에 대해 소개했다.
이 감독은 “1930년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잘 모르는 시대다. 기숙학교라는 특정 공간에 대해 고증을 참고하기가 어려웠다. 한정적인 실내 장면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침대 시트의 재질, 커튼의 두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라며 영화의 비주얼과 수려한 미쟝센에 대해 자랑했다.
이해영 감독의 미스테리 시대극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은 6월 18일 개봉된다. (movie/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