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첫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2회에서는 한국의 코난 도일 ‘표창원’과 애거사 크리스티 ‘이수정’의 부동(不同)한 시선으로 전 국민에게 분노와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2번째 사건 파일이 공개됐다.
지난 2012년 3월, 바닷가 근처 모텔에서 10살, 7살 어린 자매의 시체 두 구가 발견된다. 깔끔하게 정리된 범행 현장과 아이들의 저항 흔적조차 없는 미스테리한 사건! 이틀 후, 검거된 범인은 놀랍게도 아이들의 친엄마였다. “지령을 받았어요... 지령이 오면... 전 따를 수밖에 없어요”
당시 가해자인 엄마는 살해 이유에 대해 ‘기계교’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기계교를 만든 사람은 양씨로 양씨와 가해자 엄마는 학부모회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사건을 맡은 형사는 “이 엄마가 순진하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스템(기계교)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엄마가 기계라는 것에 대한 맹신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 엄마와 양씨는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로, 한 동네 살며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다.
방송에는 당시 기계교가 보낸 문자 지령이 공개됐다. 문자에는 ‘기계에 등록할 수 있다.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하면 잘 살 수 있다. 나를 믿고 등록하면 날개를 펼 수 있게 해 준다’는 글이 담겨 있다.
더불어 등록비 명목으로 귀금속을 현금화하라는 등의 금전적 지시뿐만 아니라 빨래, 설거지를 하라는 등의 명령도 담겼다. 표창원은 “예상외로 엄마가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양씨의 지령이 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문자에는 ‘아이들 잠을 재우지 마라’, ‘역 안에서는 아이들에게 수돗물만 마시게 해라’, ‘아이들과 기차역에서 노숙해라’ 등 아이들을 학대하는 방향으로 변해갔다. 실제 엄마는 2011년 1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노숙을 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또한 양씨는 남편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관계로부터 엄마를 고립시켜 주변으로부터 어떤 조언과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했다.
양씨에게 범행 이유를 묻자 권씨 큰 딸이 자신의 아들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큰 딸이 자신의 아들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얄미워 어린아이를 괴롭혔다고 고백했다. 실제 양씨는 몇 달 동안 하루에 라면 한 끼만 주라고 시키는 등 큰 딸에게 더 가혹한 지령을 내렸다.
또한 ‘1년 동안 밥과 국을 먹여라. 대신 국에 매운 고춧가루 두 스푼을 넣어라’, ‘학교에서 친구들과 말을 못 하게 해라’, ‘학교 시험에서 빵점 맞게 해라’, ‘19분 동안 컵라면을 주고 못 먹으면 300대, 토하면 다시 먹여라’ 등의 잔인한 명령을 지시했다.
놀랍게도 권 씨는 실제 지령대로 아이들을 100대 때리는 등 체벌을 가했다. 이수정은 양 씨에 대해 연극성 성격 장애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엄마의 약점을 파악해 최대한 이용하려고 보인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착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운 한겨울에 4개월 간 노숙한 권 씨는 결국 한계에 다다랐고, 두 아이를 살해하게 됐다. 괴로워하는 권 씨에게 양 씨는 10일 더 노숙할 것을 지시한 것. 권 씨는 “죽는 게 나을 만큼 괴로웠다”고 진술했다.
이수정 교수에 따르면,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보통 ‘의존적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자존감이 낮고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하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엄마가 아이들을 죽인 과정을 보면 변명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다”라고 살인에는 면죄부가 없음을 밝혔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하여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일종의 세뇌다. “간단한 결정을 내리기조차 어렵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 어쩌면 이런 잔혹한 범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표리부동>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건들을 통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본격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