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사건의 담당 형사 안재왕이 2009년 강호순을 취조하며 발휘했던 기지를 전했다.
7일 첫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표리부동’ 1회에서는 표창원 프로파일러,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와 함께 국내 마지막 연쇄살인마 강호순과 그의 범죄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표창원, 이수정은 강호순을 검거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2008년 12월 19일 군포 외곽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한 여대생 실종 사건을 언급했다.
여대생의 휴대전화가 꺼지고 4시간 뒤, 마스크와 가발로 변장한 수상한 차림의 남성이 은행에 등장해 현금인출기 창구에서 피해자의 현금 카드로 70만 원을 인출해 갔다고 밝혔다. 당시 남성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손가락에 피임기구를 착용하는 치밀함도 선보였다.
표창원은 이 일로 사건 해결의 출발점이 생겼다며 “(해당 은행이) 여대생 실종 장소와 거리가 상당했다. 버스를 타고 납치를 하기는 어렵잖나. 차량 이동 가능성이 생긴 것. 그 시각 전후로 CCTV에 포착된 차량 7,000대를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상한 장면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 대의 차량에 탄 남성은 조수석 아래쪽의 무언가를 누르는 듯한 수상한 손동작을 선보였다. 또한 해당 차량의 소유주는 남성이 아닌 여성. 사실 강호순이 범행을 저지른 차가 강호순의 어머니 소유였던 것. 표창원은 “경찰이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내 아들이 타는 차’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강호순에게 가 물어보니 ‘산본에서 애인 만나고 곧장 집에 갔다’고 증언했다. 당시엔 그냥 돌아섰지만 강호순은 두려웠던 거다. 이후 반응을 보이는데 자신이 소유한 차를, CCTV에 찍힌 어머니 차만이 아니라 다른 차까지 불태웠다”고 말했다.
이후 강호순은 붙잡혀 왔지만 심증만 있을 뿐 범행을 증명할 물증은 없었다. 표창원은 “이때 담당 형사가 아주 대단한 기지를 발휘했다”며 안재왕 형사에 대해 말했다.
안재왕 형사는 “맨처음 임의동행할 때 철두철미하다는 걸 느꼈다. 행동이 이상하더라. 사무실에서 걸어 돌아다닐 때도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고, 의자에 앉아 기대면서도 빼지 않더라. 임의동행을 해 와 있는 동안 손을 안 보였다. 그 당시 언론이나 뉴스를 통해 보도된 용의자가 현금인출을 하는 모습에서 손가락이 굵다는 특징이 있었다”며 강호순이 어떻게든 범행을 숨기려 애쓴 정황을 포착했다.
이어 “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너 손등에도 지문있는 거 모르지’하며 뉴스에 보도됐던 장면과 손등을 비교해 감정을 하겠다고 추궁했다. 그러다보니 강호순이 1차 범행에 대해 자백을 하게 됐다”고 말해 모두에게 소름을 안겼다.
한편, <표리부동>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희대의 사건들을 통해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본격 범죄 분석 프로그램이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