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고현석 감독의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이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시청자를 찾는다. 지난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독특한 서사구조로 만만찮은 울림을 안겨주며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박성원 작가의 단편 [하루]를 바탕으로 한다. 다섯 인물이 하루 동안 겪는 일들이 비선형적으로 펼쳐진다. 그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의 궤적이 같은 하늘 아래 있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다. 모든 일의 결과는 이유가 있고, 모든 사람의 미래는 자신의 과거로 연유함을.
영화가 시작되면 희뿌연 새벽녘에 쓰레기수거차량이 골목을 지나간다. 청소부들은 열심히 쓰레기봉투를 수거한다. 그러다가 한쪽을 물끄러미 바라다본다. 무엇을 발견한 것일까. 이 이야기는 대구에 사는 우리 같은 극히 평범한 보통사람, 두 가족의 이야기이다. 한 공장의 작업반장인 현태(장준휘)는 인사과장 준석(오동민)으로부터 직원 한 명을 권고사직 시키라는 지시를 받는다. 누군가의 큰 운명을 결정지어야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그에게는 작은 가족의 문제가 있다. 병원에 갔던 아내(조시내)는 중학생 아들(김현빈)이 난독증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인사과 준석에게도 작은 문제가 있다. 전세 잔금을 오늘 중으로 치러야하는데 아픈 아기 때문에 상태가 엉망인 아내(이상희)가 집을 나서기가 버거운 상태이다. 어쩌면 산후우울증인지도 모른다. 몇 번의 독촉전화에 아내는 가까스로 집을 나서 은행 일을 보지만, 그 사이 도로에 세워둔 차가 사라졌다. 차 안에는 아이가 있는데 말이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던 이들 앞에 남은 시간은 끔찍하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영화는 두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런데 모두 개별적인 이야기처럼 이어진다. 일터와 집안, 병원과 은행, 길가와 차안에서 그들은 자신이 지금 처한 난감한 상황을 힘겹게 상대에게 이야기해 준다. 영화는 그런 상황을 거듭 보여준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번, 그리고 저 사람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몇몇 영화에서 보아왔던 이런 내레이션은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의 엄중함을 거듭 확인하게 만든다. 그들의 삶은 힘들고, 난감하지만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네 삶이 최악으로 갈 때처럼. 그들은 끔찍한 결말을 알고 난 뒤 어디서, 왜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볼 것이다. 어쩌면 모를 수 도 있다.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을 ‘물속에서 숨 쉬는 법’이라고 지은 이유가 ‘사는 게 힘들고 답답할지라도 살기 위해선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지었다고 한다. 가능할까? 의지가 있다면 마구 발버둥 치며 수면으로 올라올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삶은 굳세게, 가족과는 도탑게 지내야할 터이다. 오늘 밤 12시 10분. KBS 독립영화관 <물에서 숨 쉬는 법>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