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사태가 지구의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을까. 경제활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5%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510억 톤의 온실가스가 480억 톤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백 만 명의 사람이 죽고, 수천 만 명의 실직자가 생겼다고 한다. 그런 희생을 치르고도 5%감축이란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이 기후위기라는 보고도 있다. ‘기후변화’로 일컫던 현상을 ‘기후재앙’ ‘기후비상’으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이런 시점에 기후재앙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그것도 빌 게이츠가 내놓은 방안이다.
빌 게이츠가 윈도우 개발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손을 뗀지는 한참이다. 그는 기술혁신가에서 지금은 존경받는 자선가이자 친환경 연구 투자자로 변신했다. 그가 지난 10년간 몰두한 주제는 바로 기후변화 문제이다.
빌 게이츠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내 멀린다와 함께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이사장으로서 빈곤과 질병 퇴치 활동을 펼치며 맞닥뜨린 에너지 빈곤 문제 때문이다. 그는 전 세계 수많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며 기후변화 연구에 올인했다. 그리고 “세계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의무가 있지만, 그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노력을 이 책에 담았다. 지구인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빌 게이츠식 해법인 셈이다.
그ㅏ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순 제로’(net zero) 달성이다. 5%, 10% 감축이 아니라 아예 순 제로를 지향하는 것이다. 우선 선진국이 혁신적인 기후 솔루션을 개발해 2050년 탈탄소화하고, 이런 혁신을 전 세계에 저렴하게 공급해 대기권에 온실가스를 더 이상 배출하지 않는 제로 탄소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그 과정에서 목표 관철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2030년까지 배출량 감축’은 ‘2050년까지 제로 달성’을 위한 중간 단계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탄소포집 장치가 설치된 가스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만, 2050년에도 발전소는 여전히 운영될 것이다. 즉, ‘2030년 감축’은 달성할지 몰라도 ‘2050년 제로’ 달성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제로’ 달성을 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태양광과 풍력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이미 적용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기술을 소개하고, 이 기술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빌 게이츠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해가 항상 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책의 상당 부분은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필요한 혁신을 설명하는 데 할애된다. 이를테면 바닷물과 발전소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시멘트를 만든다거나 석탄 대신 깨끗한 전기를 사용해 강철을 만드는 기술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혁신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인 ‘그린 프리미엄’을 낮춘다. 저자는 청정에너지를 화석연료로 만드는 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싸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제언한다. 저자는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도구 세 가지로 기술, 정책, 시장을 꼽는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혁신의 공급과 수요를 늘려야 하는데, 결국 혁신 공급의 주체는 기업이고, 혁신 수요의 주체는 정부라 본다. 정부가 적절한 유인책으로 기업이 혁신을 많이 만들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신기후체제가 출범하는 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신기후체제에 동참할 의지를 밝혔다. 탄소 문명을 청정에너지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이 때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저자:빌 게이츠 역자:김민주, 이엽
출판사: 김영사 356 쪽
[사진 = 빌 게이츠 블로그 www.gatesnotes.com/ 김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