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스트리밍 서비스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작과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플랫폼을 가만히 살펴보면 놓치기 아까운 올드 무비, 클래식 걸작 필름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발굴의 기쁨!
전쟁포로(POW)의 탈출기를 다룬 영화중 가장 유명한 것은 '대탈주'(The Great Escape,1963)일 것이다. 마지막에 스티븐 맥퀸이 오토바이를 타고 철조망을 넘으려 하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될 호쾌한 영화였다. 그런데, 이 영화와 함께 거론되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제17포로수용소’(Stalag 17,1953)이다. 코미디, 사회드라마, 필름느와르 등 모든 장르에서 장인의 실력을 보여준 할리우드 명감독 빌리 와일더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OTT 왓챠에서 서비스 되고 있었는데 최근 티빙에 파라마운트+가 입점하면서 좀 더 선명한 화질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 ‘제17포로수용소’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다뉴브 강 어딘가에 위치한 포로수용소에 수용된 미군 포로들의 이야기이다. 독일군 소장 쉐바흐가 관리하는 이 포로수용소에는 600여 명의 미군이 수용되어 있다. 그 중 한 막사가 주 무대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 막사에서 두 명의 포로가 어둠을 틈타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철조망을 넘지 못하고 감시병의 총에 맞아 죽는다. 막사에는 독일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배신자가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포로수용소의 일상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탈출을 시도하는 포로들의 절박함과 과연 누가 배신자인지 찾아내는 긴장감이 교차한다. 가장 의심받는 사람은 세프턴(윌리엄 홀든)이다. 그는 탈출은 아예 생각도 않는 외톨이 존재이다. 대신, 수용소 내에서 기발한 방식으로 도박과 물건 거래를 통해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담배 밀거래는 물론이고, 망원경을 만들어 ‘여자포로수용소’ 훔쳐보기 상품까지 개발해 낸다. 영화는 좁은 공간에서, 기한 없는 포로생활을 하고 있는 군인들이 어떻게 여가를 보내고, 어떻게 탈출을 꿈꾸고, 어떻게 무리를 짓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어느 날 이곳에 최근 체포된 미군장교가 입소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된다. 포로들은 누가 배신자인지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고, 독일군은 새로 들어온 장교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작전’을 펼친다. 과연 누가 배신자이고, 그 배신자는 어떻게 처단될까.
‘제17포로수용소’는 동명의 브로드웨이 연극을 빌리 와일드가 영화로 옮긴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수용되었던 미군포로들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When Johnny Comes Marching Home".라는 유명한 곡이 나온다. 남북전쟁 당시 만들어진 이 곡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도 나오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에도 나온다. 예전에 대학가에서 대동제 할 때 즐겨 부르던 곡이기도 하다.
세프턴을 연기한 윌리엄 홀든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흥미로운 것은 오스카 역사상 그의 수상소감이 가장 짧았다는 것이다. 그의 수상소감은 "Thank you, thank you"였다. 홀든은 자신이 아니라 ‘지상에서 영원으로’로 나란히 후보에 오른 버트 랭커스터나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받았어야 했다고 한다. 포로수용소 소장을 연기한 오토 플레밍어는 ‘살인의 해부’, ‘돌아오지 않는 강’, ‘영광의 탈출’ 등을 감독한 인물이다.
오래된 필름이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다시 보는 기쁨이 있다. 티빙(파라마운트+관)과 왓챠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