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15일(월) 오전 10시 50분 KBS 1TV 드라마에서는 최근 <나의 해방일지>에서 헌신적인 어머니 역할로 호평 받은 배우 이경성이 MC로 등장해 여성 독립운동가 4명의 삶을 보여준다.
광복절 특집다큐 '아내의 이름'에서는 4명의 독립투사의 아내들이 단순한 남편의 조력자가 아니라 스스로 주체적인 독립운동가였음을 조명한다. ‘그녀들의 진정한 이름’을 찾아주는 일은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한편으로 가려졌던 그 ‘절반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호사 출신의 독립투사 박자혜
조선총독부의원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박자혜. 그는 간호사들의 독립운동 조직인 <간우회>를 창설하고 3·1만세운동을 주동하다 체포된다. 이후 수감에서 풀려나 계속 의학 공부를 이어가던 중, 1920년 독립운동가 신채호와 결혼하면서 그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게 된다. 신채호가 뤼순 형무소에 투옥되자 어린 아이들과 귀국한 박자혜는 ‘산파 박자혜’라는 간판을 걸고 조산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독립운동가의 아내가 운영하는 산파원은 일제의 감시가 심해 운영이 쉽지 않았다. 궁핍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독립자금을 마련하여 임시정부로 보내는 한편, 의열단원 나석주가 일제의 수탈기관인 조선식산은행과 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질 때 위치를 알려주는 등 길잡이 역할을 하며 독립운동에 동참했다. 독립투사 신채호의 아내가 아닌, 독립운동가 박자혜 지사의 삶을 조명해본다.
▶임시정부의 ‘살림꾼’이자 ‘비밀 정보요원’이었던 정정화
1920년 시아버지 김가진과 남편 김의한의 뒷바라지를 위해 상해로 망명하면서, 정정화는 본격적으로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이후 시아버지 김가진의 지시에 따라 독립운동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국내로 6번이나 밀파된다. 그녀는 임시정부의 비밀 요원이었던 것이다. 독립자금 모금은 쉽지 않았다. 친정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해야 할 때도 있었다. 처음 그녀가 상해 망명을 결심할 때, “결코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당부하시며, 당시 돈 8백 원을 내어 주시던 아버지였다. 1922년, 일제의 감시를 피해 압록강을 건너던 정정화는 결국 일경에 체포되어 수감생황을 해야만 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일도, 가난과 궁핍 속에 동지들을 돌보며 독립을 도모하는 일도, 모두가 ‘사사로운 일’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는 정정화. 그녀의 독립운동 이야기는 회고록 <장강일기>에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아내가 아니라 스스로 독립투사가 되었던 정정화 지사의 삶을 들여다본다.
▶<신흥무관학교>의 어머니 이은숙
이은숙은 조선의 명문가로 꼽히던 우당 가문의 6형제 중 넷째인 이회영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2년 만에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제 병합되면서 나라를 잃고 만다. 이에 우당 이회영의 6형제는 전 재산 약 40만 원(현재 화폐가치 최소 600억 원)을 처분하고 서간도로 망명을 결정한다. 이후 이회영과 이은숙 여사의 일가족은 서간도에서 동포들의 정착과 농업을 지도하기 위해 <경학사>를 조직하고, 1911년 5월에는 청산리전투를 비롯해 무장 항일투쟁의 주축이 된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이은숙은 <신흥무관학교>에 찾아오는 독립투사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은 물론 무관학교 학생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지었으며 1925년 홀로 국내로 돌아왔을 때도
공장일과 삯바느질을 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다.
당시의 고단했던 삶에 대한 기록은 <서간도시종기>라는 회고록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전 재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했던 우당 6형제의 결기와 그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의 이은숙 지사의 삶을 조명해본다.
▶독립운동의 산실 ‘임청각의 안주인’ 김우락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아내이자, 백하 김대락의 누이동생인 김우락. 그는 남편 이상룡이 99칸짜리 대궐 같은 임청각을 버리고 만주행을 택하자, 대의를 선택한 남편 옆에서 독립운동가의 동지이자 아내, 그리고 어머니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만주 망명을 택한 김우락은 <해도교거사>라는 한글가사를 남겼다. 이 글에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혼인이후의 삶, 남편의 구국운동 상황, 만주 망명과 정착 이후의 삶 등이 기록되어 있다. 남편 이상룡과 함께 독립운동에 힘썼으나 남편보다 57년이나 늦게 독립투사로 인정받은 김우락 지사의 삶을 되돌아본다.
독립운동이라는 길에 남편과 함께 동행했으나 남편들보다 적게는 40년, 많게는 70여 년 이후에야 독립지사로 인정받은 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은숙, 박자혜, 김우락, 정정화.
이들 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아내의 이름’이 아닌 어떤 이름으로 기억해야 할지, 8월 15일 오전 10시 50분 KBS 1TV 광복절 특집다큐 <아내의 이름>에서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