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같은 건 안 바라.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게."
'가족'이라는 단어에 '평범한'이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을까. 이 세상에는 고유하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가족들이 넘쳐나기에, 이 세상 어디에도 평범한 가족이란 없을 것이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고 평범해 보이는 4인 가족이지만 과거의 미스터리한 상처를 이겨내려는 엄마 다이애나, 긍정적이기만 한 큰 아들, 자신이 방치됐다고 느끼는 딸, 그리고 이 가정을 어떻게든 지켜나가고자 하는 아빠 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정을 그려나간 이 작품은 2008년 오프브로드웨이,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로 2009년 토니상 11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이기도 하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 같은 하루. 그저 하루.
괜찮아 버틸 수 있어. 완벽한 가족 돼 볼래."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16년째 조을증과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병행하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는 다이애나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다이애나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안감과 우울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완벽한 가족 속 엄마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식구들의 아침 식사를 차리고 청소를 하지만 그의 모습에는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러한 다이애나를 바라보는 남편 댄 또한 고뇌한다. 어린 시절 첫째 아들 게이브가 생겨 결혼을 했던 다이애나와의 풋풋하고 사랑스러웠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일그러진 현재에 대한 슬픔을 토로한다. 완벽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의 바람은 이미 시간에 씻겨 없어진지 오래다.
그 사이에서 가장 고통받는 것은 딸인 나탈리다. 부모님이 하염없이 바라보는 오빠로 인해 자신이 방치됐다고 느낀 나탈리는 사랑을 받고 싶지만 동시에 부모님을 증오하는 마음을 키워가고 있다. 결국 반항기에 접어든 그는 사랑을 갈구하는 것 대신 엇나가는 길을 선택하고 남자친구 헨리와의 관계에도 적신호를 띄우는 행동들을 반복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가족 관계 사이에서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으로 이뤄진 작품이다.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드러나는 관계의 균열과 그들이 각자 안고 있는 상처들은 왜 그들이 현재의 모습이 됐는지 조금씩 설명해 나간다. 다이애나가 겪었던 충격적인 과거와 그를 묻으려는 댄의 모습, 그리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틈틈이 짜여진 서사는 지켜보는 관객들을 예측할 수 없는 미스터리로 초대한다.
특히 극중 다이애나와 댄, 그리고 딸 나탈리가 새로운 남자친구 헨리를 만나는 과정이 겹쳐지며 인생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인상 깊다. 이어 가족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인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작품적으로는 좋지만 음향적인 부분은 아쉽다. 캐스팅 일정에 따라 배우들의 호흡이 달라짐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의 총량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는 밴드 사운드는 대사 전달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음향적인 부분과 전달력, 집중도만 극복한다면 메시지와 감동을 동시에 잡은 서사가 담긴 '넥스트 투 노멀'은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작품이다.
한편,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5월 17일(화) 부터 오는 7월 31일(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