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토론이 있는 오늘 밤 12시 20분,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현실을 넘어서 상상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는 7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연속방송된다. 이름하여 '인디애니 씨앗전'이다. 상영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 

작품들마다 개성이 넘치고, 만화적 재미, 영화적 감수성이 넘쳐난다. 늦은 시간, 한국독립애니메이션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시길.

평범한 주부, 주인공이 친구인 의사로부터 '시한부' 진단을 받는다. “애들한테 뭐하고 할 거야?”는 의사의 질문에 떠오른 한마디는 “걸어라, 어차피 세상에서 배울 게 더 많으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는데 그녀에게 또다른 대답을 들려준다. 짧은 단편, 토끼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지만 울림은 크다. 한병아 감독은 "아무도 모르는 우주의 끝. 그것은 마치 알 수 없는 삶의 끝을 연상시킨다. 누구나 꿈꾸는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 사이에서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이하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막연한 우주 속 여전한 삶에서 해답을 구한다."고 말한다. 

올해로 서른이 되는 지혜는 서울로 올라와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 꿈에 부풀었지만 코로나로 종일 방구석 생활이다. 홈쇼핑과 홈트로 적응하고, 버텨내려 한다. 6분의 짧은 시간동안 지혜의 일상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다. 웃을 수도, 한탄할수만도 없는 2022년 대한민국 청년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시의 마스코트가 되고자 하는 여우는 노량진의 마스코트 전문 학원에 다닌다. 그는 좁은 방에 살며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고금리 대출에 성형까지 하면서 계속 시험을 본다. 2020년 끌레르몽페랑단편영화제와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단편이다.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여우의 목소리를 통해 현실을 반영한다. 외모를 위해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 성형수술까지 하지만 '흙수저'의 벽은 높다. 

14살 소녀 김붕어는 수영실습을 받은 후 학교 샤워장에서 자신의 겨드랑이에서 털이 자라는 것을 발견한다.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겨드랑이 털을 자신이 짝사랑하는 같은 반 남자아이(수혁이)에게 들키자 가위로 잘라내려 한다. 하지만 하나의 생명체처럼 행동하는 겨드랑이 털은 쉽게 잘리지 않는다. 감독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풀고자 ‘움직이는 겨드랑이 털’이라는 소재를 택했다고 한다. 소녀는 좌절해도, 더 성장할 것이다.  

제주도의 비극, '4·3'을 다룬 작품이다. 대량학살의 광풍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70년의 세월이 흐른 후 그날의 기억을 다큐와 애니메이션으로 증언한다. 감독은 "약 70여 년 전 “제주 4·3”이라 불리는 국가폭력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로 인해, 가족과 이웃을 잃었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면서 눈앞에서 가족을 상실한 후 70년의 세월이 흘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못한 그들 상실의 삶을 주름진 어린 손을 지켜본다. 

 

말기암 환자인 누나를 간호하던 남자가 오래전 아버지의 죽음을 상기하며 가족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감독은 가족의 죽음을 통해 느끼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단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같은 반 친구들의 증명사진을 나눠 가지는 것이 유행이었다. 서로 서먹해진 사이의 희주, 지수, 도현도 서로의 증명사진을 갖게된다. 성인이 된 후, 그 증명사진을 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던 그때를 떠올린다.  감독은 빛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단다. 10대 청소년들의 연애, 친구, 성 정체성 문제가 개인의 고유한 ‘빛’으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