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영철, 정자 등 소개팅 프로그램의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벌인 논란이 도마에 올랐지만 이들을 방송에 출연시킨 제작진들의 책임은 어디로 증발한 것일까.
최근 소셜 네트워크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인플루언서 프리지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솔로지옥'에 출연하며 인기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그는 독보적인 매력으로 남성 출연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시리즈 중심에 섰다.
하지만 지난 17일 불거진 그의 이른바 '짝퉁' 논란은 거센 지적을 일으켰다. 그는 '솔로지옥'에 출연하며 입었던 일부 옷들이 진짜 명품이 아닌 가품인 사실을 인정했으며 이후 SNS 사과문을 통해 이를 인정하며 디자이너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명품 언박싱, 명품 스타일링 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왔던 인플루언서였기에 대중들의 충격은 컸다. 방송가의 뜨거운 러브콜로 인해 '아는 형님',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앞둔 상태에서 그의 다음 행보는 오리무중이 됐다.
이와 같은 비연예인 논란은 이전에도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SBS Plus의 소개팅 프로그램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 또한 4기 출연자 영철(가명)의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영철이 또 다른 여성 출연자 정자(가명)에게 강압적으로 대시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며 여론은 악화됐고 사태는 더욱 심각해져 네티즌들의 신상 털기로 이어졌다. 영철은 이전 SNS 활동에서 김연아, GD 등의 스타들에게 반말로 댓글을 단 흔적, 유기견 사체를 촬영해서 올린 행적이 드러나 더욱 거센 뭇매를 맞았다.
한편, 정자(가명) 측은 영철의 폭언에 시달렸다는 폭로를 했으며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촬영 종료 시점부터 지금까지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 중인 사실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에 같은 날 영철도 유튜브 영상을 통해 "10분간 폭언을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냥 자기한테 듣기 싫은 소리면 그 사람한테는 폭언이 되는 듯하다"며 반박했다. 이후 정자의 신상과 과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남성 혐오 단어를 썼던 흔적을 지적하는 글들이 퍼지기 시작해 사태는 점차 진흙탕 싸움으로 변해갔다.
프리지아, 영철, 그리고 정자. 전면적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뒤에는 언제나 제작진이 있었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출연자들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제작진으로서 섭외 과정에서 어떤 비연예인을 섭외할지에 대한 기획은 제작진들의 검증이 필수다.
'나는 솔로'는 이전 여성 사망자 논란으로 인해 폐지된 소개팅 프로그램 '짝'의 제작진이 다시금 참여해 탄생된 프로그램이다. 촬영장 내에서 여성 출연자가 사망하며 폐지를 맞았던 이 프로그램은 '나는 솔로'라는 새 이름과 함께 똑같은 포맷으로 다시금 제작됐다. 비연예인 남성, 여성 출연자들이 한 숙소에서 묵으며 게임에 참여하고 데이트권을 따내는 과정 또한 같다. 하지만 ‘짝’처럼 울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출연자들이 여전히 난무한다.
‘나는 솔로’ 1기 출연자인 성악가 영호(가명) 또한 자신의 마음을 끝없이 받아주지 않는 여성 출연자로 인해 분노에 휩싸여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는 등 소동을 벌인 바 있다. 그 상황이 담긴 영상 클립이 한동안 화제에 올라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이는 웃어야 할 일만이 아니다. 이는 제작진이 미리 이러한 출연자들이 타 출연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후 적절한 대책을 모색하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품, 가스라이팅, 남혐 논란 등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진심을 다해 사과하고 반성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비연예인 출연자들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방송이라는 무대에 서게 만든 제작진들 또한 방송인으로서 직업윤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24시간 동안 카메라가 도는 낯설고 폐쇄된 공간에서 사랑을 찾아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세심한 출연자 선정 과정과 더불어 이후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위한 심리적인 지원과 보호책 같은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