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국영화 <행복의 나라로>를 개막작으로 막을 올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금) 저녁, 홍콩영화 <매염방>을 마지막으로 열흘간의 영화축제를 마무리한다.
어제(13일) 오후, 폐막작 <매염방>의 기자회견이 인터넷 화상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허문영 BIFF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폐막작 기자회견에는 렁록만(梁樂民 량러민) 감독과 주인공 왕단니(王丹妮)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 '매염방'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인 매염방(梅艷芳, Anita Mui 1963~2003)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폐막작 감독님과 배우님을 모셔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의 엄중성으로 화상으로 진행하게 되어 안타깝고 슬프게 생각한다.“며 "렁록만 감독님은 '콜드 워'라는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오신 적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인연이 깊다. 화상으로라도 많은 궁금증을 풀고 가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Q. 매염방에 대한 기억을 먼저 말해달라.
▶렁록만 감독: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매염방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준비하면서, 촬영하면서, 후반작업을 하면서 매염방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느껴본 것 같다.”
▶왕단니: “저는 매염방 선생님이 홍콩에서 핫 했을 때 태어난 세대이다. 전에는 잘 몰랐었는데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분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생전에 선생님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역할을 소화하면서 알게 됐다"
Q. 그동안 액션 영화를 만들어오다가 불세출의 아티스트를 영화에 담으려고 한 이유가 있는지.
▶렁록만 감독: “사실 이 부분은 대표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전작 후반작업을 하고 있을 때 대표님이 자신의 소원이라면 매염방의 전기물을 찍고 싶다는 것이었다. 대충 찍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리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각본을 쓰고 준비를 했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배우가 필요할 것 같아서 캐스팅 작업을 했다.”
Q.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영화를 다 찍고 나서 어떻게 배역에서 나올 수 있었나.
▶왕단니: “모든 촬영 과정이 다 소중하게 기억된다. 굳이 말하자면 언니하고 병실에서 마지막 인사하는 장면이 전반적인 촬영 과정이 다 소중했다. 실제로 ‘컷’ 소리가 나자 언니랑 오래 울었다. 장국영하고 마지막 인사하는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손잡고, 안고, 속상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촬영을 끝내고는 그동안 못한 것들, 승마 그림그리기, 요리 같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역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Q. 한 인물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이다. 여자배우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렁록만 감독: “매염방을 얼마나 닮았는지는 보지 않았다. 느낌이 얼마나 통하는지, 성격이 얼마나 맞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캐스팅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다. 3천명 넘게 살펴보았다. 파이널 후보에 오른 후보가 몇 분 되었다. 고민이 많았다. 풀 드레스로 카메라 테스트를 진행했다. 카메라 테스트는 연기하는 것과 노래하는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영화 마지막에 사용되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다. 나는 모니터를 보고 있었는데 느낌이 딱 오더라. 현장의 스태프들도 모두 울고 있었다. 진심을 느낀 모양이다.”
Q. 노래 부르는 장면은 어떻게 촬영한 것인가.
▶렁록만 감독: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운드믹싱과 사운드디자이너에게 감사드린다. 할리우드 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참조했다. 노래하는 부분은 3개의 목소리가 사용되었다. 왕단니 배우, 매염방 목소리, 그리고 얼굴 안 나오는 여자가수. 세 분의 목소리 사운드를 사용해서 노래를 연출했다. 음악담당자는 관객들이 잠깐만이라도 ‘매염방이구나’는 생각이 들도록 하면 성공이라고 그랬다.”
Q.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홍콩의 모습을 담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렁록만 감독: “촬영은 2018년에 8개월 정도 진행했었다. 코로나 사태 전이어서 다행이었다. 40년에 이르는 홍콩의 모습을 찍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홍콩은 변화가 빠른 도시이다.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C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화면을 보면서 딱 그 시대 홍콩이라는 느낌이 나도록 노력했다.”
Q. 촬영을 준비하면서 매염방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렁록만 감독: “측근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분들이 하나 같이 말하는 것은 매염방이 떠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다만 오늘도 늦게 오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지각을 많이 한 친구라서 오늘도 그냥 지각하나보다, 가끔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매염방이 살아있을 때 같이 작업했던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그렇다. 촬영할 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디자이너 캐릭터는 실제 매염방과 장국영과 돈독한 사이였다. 인상이 깊었다.”
Q. 촬영 현장에 [인지구](연지구)를 감독한 관금붕이 찾아왔었다는데.
▶렁록만 감독: “관 감독님이 현장에 오실 줄은 몰랐다. 대단한 분이 현장에 오신 것이다. 그때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 ‘매염방이 대본을 받는 장면’이었다. 현실인지 영화 속인지 헷갈렸다.”
▶왕단니:“그날 관 감독님이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 해주셨다. 단순히 매염방을 모방하려고 하지 말고 느끼면서 연기를 해라는 말을 해주셨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느끼는 대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Q. [매염방] 공개된 후 홍콩 영화팬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렁록만 감독: “영화가 완성된 후 영화업계 선배님과 시사회를 가졌다. 선배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셨다. 최근에 홍보영상을 봤는데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 모습이 담겨있었다. 많이 울었던 모양이다. 화장 고치시는 분도 있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저로서는 가수이자 배우인 매염방 선배의 인생을 보고 과거의 홍콩으로 투어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왕단니: “제 또래는 과거의 홍콩 모습을 잘 모른다. 후반 작업을 잘 한 것 같다. 과거의 홍콩 모습이 이랬구나 생각이 든다. 영화에 나오는 매염방의 데뷔무대는 이제는 철거되고 없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홍콩의 옛 모습을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당시의 감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Q. 매염방의 노래 중에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왕단니: “사실 저도 이제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단계이다 보니 매염방의 ‘여인심’(女人心)이란 노래가 좋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의 갈망 같은 것이 담긴 곡이다. 그리고 ‘석양지가’(夕陽之歌)라는 곡도 좋아한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곡이다. 전 세계 많은 팬들이 사랑하는 레전드 노래이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사가 많다. 많이 들어봐 주셨으면 한다.”
Q. [매염방]은 어떤 영화였으면 했나.
▶렁록만 감독: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작자와 진지하게 토론했었다. 매염방과 동시대에 살아던 사람들은 우리를 욕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매염방이 그립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그리고 매염방을 잘 모르는 젊은 관객에게는 ‘매염방이라는 인물에게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으로 한번 검색해 보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렁록만 감독, 왕단니 주연의 영화 <매염방>은 내달 12일 홍콩과 대만, 중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왕단니가 주인공 매염방을, 유준겸(劉俊謙/Terrance Lau)은 매염방의 절친이었던 장국영을, 고천락은 두 홍콩스타의 실제 절친이며 패션디자이너였던 에디(劉培基)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금) 저녁 8시에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폐막작 '매염방' 상영을 끝으로 열흘 간의 영화축제를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