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생님, 정말 모르셨어요?"
인생에 있어 '내가 좋은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마음을 옭아매는 집요한 질문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나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더욱 마음이 아픈 질문이기도 하다. 오는 9일에 개봉 예정인 영화 '좋은 사람'(감독 정욱)은 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 분)의 반에서 지갑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같은 반 학생 세익(이효제 분)이 범인으로 지목된 후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다. 사건 도중 우연히 학교에 데려왔던 경석의 딸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에 대한 범인도 세익으로 지목되자 소위 좋은 사람으로 알려진 경석은 혼란스러워한다.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인 김태훈은 의심과 믿음 사이에 선 경석 역으로 분했다. 학교에 데려온 자신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세익이 지갑 도난 사건에 이어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다시금 지목되는 과정 속에서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붕괴되는 경석의 모습을 훌륭히 연기했다. 그의 연기는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에도 '나는 좋은 사람인가'라는 의심을 피어나게 만들었다.
Q. '좋은 사람'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거머쥔 이후 시간이 지나 오는 9월 드디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기대가 크고 사랑하는 작품이어서 좋은 시기에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편하게 극장에 오시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이런 어려운 시기에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진심을 담은 영화인 만큼 보러 오는 분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Q. '좋은 사람'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서사가 인상적이고 출연 배우들의 깊은 내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무엇인가?
'좋은 사람'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거운 영화라고 하기에는 재미도 충분히 있다. 어떤 사건이 있고 그 행동을 한 사람을 알아가고 밝혀가는 과정이었기에 충분히 관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나온 것을 봤을 때도 그런 묵직한 긴장감이 있었다. 재미, 고민, 질문을 함께 가질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다.
Q. 경석이라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는가?
'좋은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였고 흥미로웠다. 경석도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비슷한 부분, 나와는 다른 상황과 감정들의 부분을 고민해가면서 새롭게 표현해보려고 했다. 인간은 다 나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석에게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나도 그렇듯 경석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나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떤 사건이 닥쳤을 때 풀어나가는 방식이 나와는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말이다.
Q. 초반부에는 능글능글한 선생님으로 등장하지만 후반부에서는 아이들에게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는, 예민한 인간상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심적 변화를 표현하는 연기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경석은 마음이 복잡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면 인위적으로라도 미소를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평가를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사람이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워지게 된다. 매 신마다 그 순간에 사건이 변화되어가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Q.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신이 많았고, 그러기에 더욱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소감은 어땠는지, 그리고 특별한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신이 없었다. 예산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빌려서 촬영은 했지만 쉽지 않았다. 적은 시간 안에 많은 신들을 소화해냈어야 했고 여유롭지 않았다. 장면들이 다 신나고 밝은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에 빠르게 찍는 과정 속에서 그 인물과 신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찍었다. 말해주기에 재밌는 상황은 없었지만 진지하게 진심으로 그 상황을 같이 연기해나가려고 했던 현장이었다.
Q. 평소 개그 욕심이 많은데 이번 작품은 무거운 톤이기에 촬영이나 홍보 행사를 돌면서 유머가 필요한 지점이 있었을 것 같다. 기억나는 재밌는 순간이 있는가?
사실 웃기고 싶다.(웃음) 재밌는 것도 좋고 즐거운 현장도 좋다. 잘 들어맞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안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빠진다. 홍보팀에서 인스타그램 올리려고 내게 보여준 멘트가 있는데 내가 바꾼 적도 있다. 웃기려고 한 것인데 실패한 것도 있는 것 같다.(웃음)
Q. 영화 속에서 딸이 있는 경석처럼 실제 본인도 두 딸을 두고 있는 아버지다.
딸들과는 친구 같은 관계다. 아버님 어머님 세대와는 다르고, 아직은 어려서 친구같이 지내고 있다.(웃음)
Q. '좋은 사람'은 어쩌면 가족을 잃은 두 인물이 서로 가족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 자신을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것 같은데 그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무엇일까?
가족들이 가장 친한 친구다. 나는 사회성이 좋아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제일 많다.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는 의미다. 가족을 떠올릴 수 있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부모님도 그렇고 아내와 딸들, 가족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