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보성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연초록과 진초록이 어우러진 차(茶) 바다의 물결이 일렁인다. 드넓은 차밭은 건강하고 산뜻한 향을 뽐내고, 마을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찻잎 따기에 바쁘다. 백제 고찰 대원사 뒷산에서부터 집 앞 마당까지 차나무는 보성의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다향의 고장이라 불리는 보성에서 아름다운 차밭의 풍광과 녹차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만난다.
우리나라 최대 녹차 생산지인 보성은 전체 녹차 생산량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지천이 차밭인 보성에서는 음식을 할 때 파나 양파처럼 으레 찻잎을 넣는다. 김치를 담글 때도 들어가고, 돼지고기를 삶을 때도 녹차 잎을 넣는다. 녹차가 들어가면 김치가 쉽게 쉬지 않고, 수육은 잡냄새를 잡아 개운한 맛을 낸다. 초당마을 할머니들은 돈도 벌게 하고 건강하게 해주는 녹차가 효자라고 말한다.
대원사 뒷산에는 수백 년간 스님들이 전승해온 차나무가 울창하다. 이순신 장군이 복통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차나무로 만든 떡차를 약처럼 달여 마셨다고 전해진다. 떡차는 찻잎을 찐 다음 떡처럼 찧어 덩어리로 만들어 건조시킨 것으로, 10년 이상 발효시켜 두고두고 먹기도 한다.
20여년 차밭을 일궈 온 문정자씨의 차는 좀 특별하다. 찻잎과 뒷산의 칡순, 감잎, 뽕잎 등을 함께 넣어 만드는데, 바로 덖지 않고 발효시킨다. 진한 원액으로 뽑은 차는 음식에도 두루두루 넣는다. 발효차 원액과 찻잎을 넣고 만든 녹차 찰밥과 녹차 호박전, 향긋하고 건강한 맛이다.
26일(목) 한국인의 밥상은 초록 향기에 물든 보성의 ‘녹차 밥상’이다.